[관망경]거대해진 대통령실, 성과가 필요한 때

대통령실에 저출생수석비서관실이 신설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저출생대응기획부를 지원할 조직이다. 조직 슬림화를 추구했던 대통령실 기조도 완전히 버렸다. 윤 대통령은 작년 말부터 정책실장, 과학기술수석, 민정수석을 추가로 설치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제왕적 대통령'을 벗겠다며 문재인 정부 3실장 8수석-2차장 체제를 2실장 5수석-2차장 체제로 줄였다. 대통령실 슬림화의 약속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대통령실과 부처 간 엇박자를 바로잡고자 정책수석(국정기획수석)을 만들었고, 해당 자리는 다시 정책실장 자리로 격상됐다. 과학기술, 정보통신기술(ICT) 진흥을 위해 지난 정부에서 폐지됐던 과학기술수석도 부활시켰다. 경제안보를 담당하는 국가안보실 산하 3차장도 신설했고, 최근에는 민정수석실도 다시 만들었다. 윤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례를 언급하면서 “모든 정권에서 다 이유가 있어 하는 것이었다”며 자신의 판단이 잘못됐었다는 점도 인정했다.

이번에 신설되는 저출생수석은 국가 중대사인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윤 대통령 의지가 담겼다. 저출생대응기획부를 대통령실 내에서 지원할 예정이다.

마침 저출생 문제를 전담할 부처를 만드는 것은 지난 총선에서 여야가 모두 공통으로 내놓은 공약이다. 윤 대통령 발표에 거대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전 세계가 우려하는 대한민국의 저출생 문제에 우리 정치권이 오랜만에 한목소리를 낸 것도 고무적이다.

대통령실 조직 슬림화는 이미 무산됐다. 문제는 조직의 크기가 아니다. 커진 만큼 국민을 위해 흔들리지 않는 국정이 필요한 때다.

안영국
안영국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