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에 감기몸살을 크게 앓았다. 집에 감기약을 찾다보니 문득 '비대면 진료'가 생각났다. 하지만 약 배송이 되지 않는 것을 깨달았다. 비대면 진료를 받아도 어차피 약을 받으러 약국에 가야 했다. 그럴거면 그냥 병원을 가겠다 싶어 비대면 진료를 포기했다.
최근 소비자가 비대면 진료 플랫폼에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약 배송이 왜 안되느냐'는 것이다. 그럴때마다 현재 시범사업에선 약 배송이 제도적으로 금지돼 있다는 설명을 반복한다.
의약품 배송을 두고 약사회는 오배송, 지연배송, 의약품 변질 등으로 국민건강 훼손 우려가 크다고 지적한다. 또 정부가 처방약 배송을 시작하면, 일반약 배송으로 확대될 수 있는데 이는 지역 약국 등에 치명적 영향을 미친다는 우려도 있다. 배송 전문 약국이 생기면 현재의 약국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정부가 약사회 등과 긴밀히 소통해 현장 의견을 반영, 제도를 꼼꼼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 이미 코로나19로 3년간 '약 배송 시범사업'을 해본 바 있다. 현재 약국에선 대면 처방 70%, 비대면 처방 30%라는 제한선이 있어 '배송 전문 약국'이 나오긴 힘들다. 이처럼 여러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면 된다.
가끔 이른 아침 약국 앞을 지나가면 택배로 온 약 상자가 쌓여 있는 풍경을 볼 때가 있다. 약국은 택배로 배송을 받는데, 왜 소비자는 약 배송을 받으면 안 될까.
코로나19 시절처럼 비대면 진료와 약 배송이 하나로 연결돼 있었다면 아픈 몸을 이끌고 굳이 병원에 가지 않았을 것 같다. 생성형 인공지능(AI), 5G 통신망, 디지털화 등 깊숙하게 삶을 지배하는 편리함 속에 여전히 약 배송은 아날로그 방식이다. 결국 반쪽짜리 비대면 진료는 국민 편의를 떨어뜨린다. 약 배송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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