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임기 종료가 임박한 가운데, 각종 민생·경제산업 지원 법안들이 제때 제정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여야가 쟁점법안에 골몰한 사이 크게 이견이 없는 법안들의 처리 여부 조차 불투명졌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현재 여야 모두 이번 국회 임기 내 최대 관심사는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이하 채상병 특검법)'이다. 야당 단독으로 통과된 만큼 윤석열 대통령은 조만간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민주당은 이달 말 본회의를 열어 재의결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고, 이와 관련 국민의힘은 이탈표와 본회의 불참 단속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처럼 쟁점을 두고 여야간 줄다리기를 이어가면서 각종 민생 법안 처리는 뒷전이다. 특히 인공지능(AI) 산업 육성을 위한 'AI 기본법'은 현 정부가 법 제정 필요성을 강하게 내세웠으나 정작 여당인 국민의힘조차 제대로 보조를 맞추지 않는 형국이다. 소관 상임위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전체회의 일정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채상병특검의 야단 단독 처리에 대한 여당의 상임위 보이콧 때문이다.
AI 기본법 뿐 아니라 반도체·이차전지(배터리) 등 국가핵심기술 유출 방지를 골자로 한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 통과 여부도 산업계 초미 관심사다. 최근 일본 정부의 행정지도로 촉발된 '라인 사태'까지 불거지면서 우리 기업의 핵심 기술과 서비스에 대한 보호 필요성은 더욱 커졌만 소관 상임위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선 관련 법안을 지난해 11월 통과시킨 이후 12월 소위 심사를 한번만 진행, 법사위 법안 심의를 남겨뒀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에 관한 특별법은 이번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할 경우 두 번 연속 국회 회기 만료로 자동 폐기된다. 이미 앞서 여야가 관련 법안 처리에 합의점을 이뤘다는 소식까지 나왔으나 최근 다시 선회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여야 지도부가 바뀌면서 관련 법안에 대한 기류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며 “야당에서 에너지 문제를 주요 현안으로 보고 고준위특별법 처리를 다시 원점에서 고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2년 재유예하는 개정안도 폐기 수순에 놓였다.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요구대로 산업안전보건지원청을 설립하는 절충안을 내놨으나 민주당이 거절한 이후 여야 논의가 멈췄다.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는 오는 28일경으로 예상된다. 다만 여야간 일정 합의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