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는 4월 30일 주택공급 정책의 근간이 되는 주택공급실적 통계에 오류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오류는 있을 수 있다. 문제는 규모다. 준공기준 11만9000여가구, 인허가 기준 약 4만 가구 등 총 19만여 가구에 대한 통계가 데이터베이스 개선 과정에서 누락됐다는 설명이었다. 3기 신도시 예정 물량에 맞먹는 엄청난 숫자의 주택이 통계에서 누락되었다는 것은 주요 지표 정도는 술술 암기하고 있어야할 담당 공무원의 실책이기도 하겠지만, 다양한 검증과 상호 견제가 작동해야 할 정책데이터 수집 및 운용 프로세스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한 방송사의 보도에 의하면 준공 후에도 분양되지 않은 아파트가 국토부 발표보다 2.6배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지자체에서 파악하고 있는 숫자부터 틀린 곳이 많았는데, 이 통계가 건설사의 자발적 신고를 기준으로 작성되기 때문이라는 보도다.
정부의 데이터를 신뢰할 수 없다면 그것을 바탕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의 혼란은 커지기 마련이다. 아니나 다를까. 국토부가 새롭게 선보인 차세대 부동산 실거래가(정보관리) 시스템의 오류 때문에 첨단 정보기술(IT)을 접목해서 부동산 정보를 제공하는 '프롭테크' 업체들까지 줄줄이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오류로 인한 소비자들의 항의에 한동안 시달려야 했다. 민생의 핵심인 주택정책의 시금석이 되는 데이터를 믿을 수 없다면 시장의 대표적 매개변수인 가격은 불안정하게 된다.
2000년대 중반 정부는 전자정부의 기치를 내걸고 막대한 투자를 감행했다. 그래서 지난 20년 가까운 세월동안 우리는 전자정부 선도국으로서의 인지도를 국제사회에서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과거의 시스템이 점점 노후화되면서 시대에 걸맞는 이노베이션이 필요했다. 예를 들어 부동산 실거래가 정보의 경우 최근 가동을 시작한 차세대 시스템에서는 건축물대장의 정보를 불러와 연계해 입력토록 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시간지연이 발생해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었다고 한다.
2년 전에는 보건복지부가 관할하는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의 오류로 인프라 구축을 담당한 업체의 대표가 국정감사에서 사과해야 했다. 바른 데이터가 적시에 제공되지 않으니 복지정책을 집행하는 일선 기관에서는 커다란 혼란이 있었다. IT강국을 자임하는 우리 나라에서 왜 이런 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일까.
필자는 낡은 거래 관행에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빅데이터나 인공지능(AI) 관련 고급 인력의 인건비는 시간당 수 십 만원에 달한다. 정부 사업에서 그런 큰 비용을 주기는 어렵다는 현실론에도, 글로벌 기업에서는 막대한 인건비를 지급하면서라도 경쟁 우위를 갖기 위해 고비용을 감수하고 있다. 정부도 이제는 고임금 전문인력 운용과 신뢰도 높은 고가 첨단 장비 도입을 꺼리지 않아야 한다. 시급 기준에 문제가 있다면 과업 기준으로 예산을 편성하는 혁신도 필요하다. 과업별로 충분한 예산을 할당하고, 시스템 개발의 마지막 단계인 테스트와 검증은 외부 독립 기관의 참여로 실질적인 완성도 제고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개선돼야 한다.
산업의 쌀(핵심 요소)이 반도체라면 정책의 쌀은 데이터다. 데이터만 믿을 수 있으면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해 제기되는 무리한 논쟁도 줄어들 수 있다. 국회나 언론의 문제제기도 믿을만한 데이터를 중심으로 논의한다면 생산적 토론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정부의 정책 수립도 투명한 데이터라는 기반 위에서는 더 쉽고 혁신적일 수 있다.
김장현 성균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