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최초의 트랜스젠더 정치인이 “태어났을 때 성별로 돌아가기로 했다”며 또 다시 성전환을 선언했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시베리아 지역 알타이공화국에서 활동하는 정치인 로만 알료신(34)은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올해 러시아 정교회 사순절 기간에 '영적 고뇌'를 겪은 후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그는 “내 조상들의 오래된 앨범을 살펴보고, 그들을 위해 기도하는 일이 내가 '남자'라는 생각을 확립하는 데 도움이 됐다”며 태어났을 당시의 성별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는 애국자이기 때문에 러시아에 살고 있다. 모든 러시아 국민께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현재 그의 텔레그램 계정 프로필사진은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고 회색 후드 집업을 입은 사진으로 바뀌었다. 이전에는 머리카락을 길게 기르고 푸른색 여성용 재킷을 입은 사진이었다.
1990년생인 알료신은 대학 졸업 후 이름을 율리아 알료시나로 바꾸고 여성으로 살았다. 2020년에는 성별이 여성으로 된 여권을 받기도 했다. 이후 2021~2022년 러시아 시민발의당 알타이공화국 지부장을 지내며 러시아 최초의 트랜스젠더 정치인이 됐다.
성소수자(LGBTQ+) 권리를 옹호하며 유명세를 얻은 알료신은 러시아에서 성전환 수술을 불법화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되자 2022년 잠시 정치권을 떠났다가 되돌아왔다.
지난해부터 러시아는 '국제 LGBTQ+ 운동'을 불법화하고 퀴어 공연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펼치는 등 본격적인 단속을 시작했고, 결국 알료신은 남성으로 되돌아가겠다고 발표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