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제리에서 26년 전 실종됐던 남성이 불과 몇 분 거리에 있는 이웃집 지하실에서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16일(현지 시각) 아랍권 방송사 알자지라에 따르면, 지난 14일 알제리 법무부는 1998년 내전 중 실종된 남성 오마르 빈 옴란(44)이 북부 젤파에 있는 오래된 주택의 지하실 건초더미 속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그가 발견된 곳은 자택으로부터 불과 180m밖에 떨어지지 않은 이웃집이었다. 그는 구급대원들에게 “가끔 멀리서 가족들을 볼 수 있었지만, 납치범이 건 '주문' 때문에 소리를 낼 수 없었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실제로 그는 발견 당시에도 건초더미 안에서 숨을 죽인 채 몸을 웅크리고 있다가, 경찰이 이를 헤집자 겁에 질린 상태로 경찰을 마주했다.
그를 납치한 것으로 추정되는 61세 남성 A씨는 경찰이 들이닥치자 도주를 시도했다가 붙잡혀 현재는 당국에 구금된 상태다.
지방 공무원인 A씨와 상속권 분쟁을 벌이던 A씨의 형이 납치 사실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면서 오마르가 26년만에 가족들 품으로 돌아갔다.
20만여 명이 사망한 1990년대 알제리 내전은 알제리의 '암흑기'(Black decade)로 불린다. 1992~1998년 사이 실종자만 8000여 명에 이른다.
그 역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지만 수십년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 것. 안타깝게도 오마르의 어머니는 아들의 생사 여부조차 알지 못한 채 지난 2013년 사망했다. 실종 당시 오마르와 함께 있던 개 역시 납치범이 살해한 것으로 추측된다.
법무부는 “납치 동기와 이유를 조사 중”이라며 “피해자는 현재 의료 및 심리 치료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