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중저가 스마트폰 '픽셀8a' 출시국에서 한국이 제외됐다. 이동통신사업자의 단말 유통 구조와 국내 스마트폰 시장 환경이 외산폰 진입을 막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중저가 신규 스마트폰 픽셀8a 출시 국가 22곳에 한국을 포함하지 않았다. 구글스토어 판매 국가 29개국 중 픽셀폰이 출시되지 않는 곳은 한국과 인도, 멕시코, 브라질, 핀란드, 뉴질랜드, 푸에르토리코뿐이다. 구글은 2016년 픽셀폰을 선보인 이후 한 번도 국내 시장에 제품을 내놓지 않았다.
스마트폰 업계 관계자는 “구글이 일본 내 픽셀8a 판매를 시작했지만, 국내 출시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국내 출시를 위한 별도 조직을 만드는 움직임도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유통을 담당하는 한 이동통신사 관계자 역시 “픽셀8a 유통 계획이 없다”고 했다.
구글이 출시한 픽셀8a는 약 68만원(499달러) 가격에 인공지능(AI) 기능을 다수 탑재한 게 특징이다. 구글 자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텐서 G3'를 통해 △비슷한 여러 장 사진 중 가장 좋은 사진을 뽑아내는 '베스트 테이크' △동영상 오디오 잡음을 없애는 '오디오 매직 이레이저' △저조도 환경에서도 선명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나이트 사이트' △ 원을 그려 검색하는 '서클 투 서치' 등을 지원한다. 100만원대 구글 플래그십 모델에 들어가는 구글 AI 모델인 '제미나이'도 이식됐다.
픽셀폰의 국내 출시가 이뤄지지 않는 주요 배경은 국내 스마트폰 시장 환경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외산폰 업체들이 국내 시장에 제품을 출시하기 위해서는 이동통신사와 유통 계약을 맺고 초기 납품을 진행해야 한다. 만약 제품이 팔리지 않을 경우 이동통신사들이 초기 납품 물량을 모두 떠안는 구조다. 단말유통업계 관계자는 “외산폰 유치 시 이통사가 어느 정도 규모의 단말을 먼저 구매해야한다”면서 “수요가 크지 않은 제품을 구매하는 건 위험요소”라고 설명했다.
실제 외산폰 국내 영향력은 미비하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와 애플의 국내 스마트폰 시장 합산 점유율은 98%에 달한다. 나머지 2%는 샤오미·모토로라·낫싱 등 외산폰이 나눠갖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구글이 삼성전자와의 협력 관계를 의식해 픽셀폰 한국 출시를 하지 않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구글이 픽셀폰 출시국에 따른 별도 공정 없이 소프트웨어만 수정해 판매하기 때문에 제품을 내놓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현재 삼성전자와 구글은 스마트폰·AI·XR(확장현실) 등에서 협력 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에 제품은 출시하는데 한국에 안 내놓는다는 건 경영 논리상 맞지 않다”면서 “픽셀폰을 국내 3~4만개 판매하는 것보다 삼성전자와 협력 관계를 깨트리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남궁경 기자 nk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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