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위 방폐물 처리장 부지 선정 절차와 지역 주민 보상 근거를 담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영구 저장시설 건설을 위한 특별법'(고준위특별법)의 폐기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현재 상임위원회도 통과하지 못해 앞으로 처리할 수 있는 물리적 시간도 얼마 남지않았다. 여야 새 지도부가 들어서면서 법안 처리 논의에서도 간극을 드러내면서다.
원자력발전소 내 사용 후 핵연료 저장시설의 포화가 다가오는 상황에서 21대 국회가 끝까지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20일 국회와 정부부처 등에 따르면 고준위특별법의 21대 국회 회기 내 처리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특별법은 현재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법안소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국회 일정을 고려하면 늦어도 이번 주 안으로 상임위를 통과해야 하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여야 합의 불발로 법안소위를 포함한 산자위 모든 논의가 이 주 내 열리지 않을 공산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번 주는 법률안 처리를 위한 마지막 협상시한으로 여겨진다.
산자위 의원실 관계자는 “아직 논의 일정을 정하지도 못한 상황”이라면서 “앞으로 산자위에서 여야가 마주할 기회를 잡을지조차 지금으로선 미지수”라고 말했다.
협의 또한 난관이다. 당초 여야 지도부가 특별법 처리에 상당 부분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최근 기류가 급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22대 국회를 끌어갈 새 지도부가 들어서면서 특별법을 포함한 현안 법안 처리 셈법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현 상황을 감안하면 특별법이 이달 중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원전 내 사용 후 핵연료 저장 상황은 시시각각 악화하고 있다. 2030년 한빛원전을 시작으로 한울원전, 고리원전의 저장시설이 1년 간격으로 포화한다. 저장시설이 가득 차면 원전의 가동을 정지해야 하는 상황도 맞을 수 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고준위특별법) 법률안이 여야에서 각각 발의되면서 탈원전 프레임이 씌워졌고 이로 인해 법안 처리가 더 어려워진 측면이 있다”면서 “국회가 사용후 핵연료 처분장 선정 절처라는 본질만 놓고 논의를 조속히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률안 입법에 실패하면 사용 후 핵연료 처분 부지에 중간저장시설도 건설할 수 없게 된다. 이에 따라 원전 내 저장시설의 영구화 우려가 커지고 지역 주민 반발도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법률안이 폐기되면 22대 국회에서 재발의·논의까지 상당 시간을 허비해야 한다.
원자력 업계 관계자는 “이 법률안은 원전을 둘러싼 정치 공방과 아무 연관이 없다”면서 “당장 포화하는 저장시설 상황을 감안하면 여야가 하루빨리 법률안을 처리해 안정적으로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을 선정, 도입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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