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가 열흘도 안 남았지만 산업계와 국민이 기대하는 법안엔 나몰라라하고 있다. 여야 모두 정쟁에만 골몰하고 있다.
21일 당초 예정됐던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가 파행으로 끝났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전체회의 소집 합의안에 없던 'AI 기본법'을 상정하자고 나왔다며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합의에 없던 사항이라며 전체회의를 결국 보이콧했다.
AI 기본법은 AI 산업을 육성하고, 그 기술에 대한 신뢰 확보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여야 의원들이 개별 발의한 7개 법안을 통합한 '인공지능산업 진흥 및 신뢰기반 조성 등에 관한 법률안'이 지난해 2월 국회 과방위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법안은 '누구든지 AI 관련 제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고, 국민의 생명·안전·권익에 위해되는 경우가 아니면 인공지능 기술개발을 제한하면 안 된다'는 내용으로 '우선허용·사후규제'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여야 모두 이견 없이 법안심사소위를 통과시키고도 전체회의를 열지 않아 법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EU와 미국, 영국, 중국 등 세계 주요 국가가 산업 선점을 위해 각종법안을 만들어 시행했거나 시행을 앞둔 것에 비하면 우리는 아직도 법안조차 만들지 못해 우왕좌왕 해야할 처지가 됐다.
AI 기본법 외에도 현재 국회에서 산업계와 국민이 입법을 애타게 기다리는 법안은 산적했다. 반도체·이차전지(배터리) 등 국가핵심기술 유출 방지를 골자로 한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은 우리 기업의 핵심 기술과 서비스에 대한 보호 필요성이 더욱 커졌지만 법사위 법안 심의가 남았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에 관한 특별법은 이번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할 경우 한빛원전을 시작으로 원전 저장시설이 1년 간격으로 포화하면 원전 가동을 정지해야 하는 상황도 맞을 수 있다.
또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2년 재유예하는 개정안도 폐기 수순에 놓였다.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요구대로 산업안전보건지원청을 설립하는 절충안을 내놨으나 민주당이 거절한 이후 여야 논의가 멈췄다.
가뜩이나 국회가 정쟁으로 점철된 형국에 여야가 윤석열 대통령의 '채상병 특검법' 재의권 발동을 놓고도 힘겨루기만 한창이다.
산업계와 국민이 기대하는 입법은 속도가 중요하다. 정쟁을 멈추고 마지막까지 일하는 21대 국회였다는 기록을 남기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