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등이 헬기 추락 사고로 사망한 가운데, 이란이 사고에 미국의 책임이 있다고 지적하자 미국은 “악천후 속 노후화된 헬기를 비행시킨 건 이란”이라며 맞받아쳤다.
20일(현지 시각) 이란 국영 IRNA 통신에 따르면 라이시 대통령을 기리는 영어 기사에서 “라이시 대통령은 일요일(19일) 호다 아파린 댐에서 타브리즈 정유공장으로 돌아오던 중 기술적 고장(technical failure)으로 발생한 헬리콥터 추락 사고로 순교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라이시 대통령이 사고 당시 미국산 벨-212 헬기를 타고 있었다고 보도한 IRNA 통신은 이번에는 기술적 고장 때문이라고 헬기 추락 원인을 명시적으로 언급했다.
또한 이란은 국제사회의 제재로 헬기 부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자국에 제재를 가한 미국이 사고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IRNA 통신에 따르면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전 이란 외무장관은 “애통한 이번 사고의 원인 중 하나는 미국이다. 미국은 항공업계가 이란에 판매하는 것을 제재해 대통령과 그 일행들의 순교를 초래했다”면서 “미국의 범죄는 이란 국민의 마음과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악천후로 묘사되는 상황에서 45년 된 헬기를 띄우기로 결정한 것은 이란이다. 다른 어떤 행위자도 없다”고 반박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 역시 온라인 브리핑에서 이란 측 주장에 대해 “전적으로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항공 데이터 회사 시리움에 따르면 현재 이란에 등록된 벨-212 헬리콥터는 평균 사용기간 35년으로 15대가 폐기하지 않고 사용 중이거나 창고에 보관 중이다. 밀러 대변인의 말처럼 이란이 해당 헬기를 40년 이상 사용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대부분이 노후화된 것은 사실이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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