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 산업 활성화가 중요한데, 정부가 손을 놓고 있어 답답합니다.”
최근 만난 배터리업계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이 관계자는 신규 수요 대응 차원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확대가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또 전기차 수요 둔화 국면에서 배터리 기업들의 실적 반등을 위해서도 ESS 산업을 키워야 하는데, 정부는 소극적이라며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ESS는 생산된 전력을 저장·관리했다가 필요한 시기에 사용하는 시스템이다. 세계 주요국의 친환경 정책에 따른 신재생에너지 확대, 글로벌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강화로 ESS 수요는 급증하는 추세다.
시장도 급성장이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ESS 시장은 235기가와트시(Gwh) 규모를 기록, 전년 대비 27% 성장할 전망이다. 금액 기준으로는 14% 증가해 400억달러(약 54조5000억원)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글로벌 ESS 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영향력은 미미하다. 태양광 발전과 연계한 ESS 사업이 성장하면서 국내 업체들은 니켈·코발트·망간(NCM) 기반 제품을 공급했으나 2018년 이후 ESS 화재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시장이 위축됐다.
국내 기업이 빠진 자리는 중국이 독식하다시피 했다. 지난해 ESS 시장에서 점유율 상위 1~5위 업체는 모두 중국으로 점유율 합산치는 78%에 달한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등 국내 기업 점유율은 10% 미만인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ESS 산업에서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ESS 화재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안전 강화 대책도 필요하지만, 산업 진흥을 위한 육성책도 제시돼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산업 발전 기반을 조성하는 정책을 내놔야 기업도 적극적인 투자에 나설 수 있다. 새로운 전략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ESS에 대한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