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하고 투명한 것으로 유명한 미국 서북단 알래스카의 강 수십 개가 녹이 슨 것처럼 주황빛으로 변해 우려를 사고 있다.
22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연구진은 북극 일대의 기온이 올라 해빙이 녹으면서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내용의 논문을 과학저널 네이처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북극 일대의 기온이 올라가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토양 속에 갇혀 있던 철과 구리, 아연, 카드뮴 등 광물이 밖으로 빠져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광물이 산소와 반응해 색깔이 변하고, 이런 성분이 강물에 녹아들면서 인공위성 사진으로도 차이가 확연히 보일 만큼 강물의 색이 변했다는 것이다. 북극 일대는 지구 전체에서 온난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지역이다.
연구를 이끈 브렛 포울린 교수는 “우리나라의 가장 오염되지 않은 강들 일부에서 기후 변화가 가져온 '뜻밖의 결과'를 현재 목격하고 있다”며 “이런 강물이 다른 강과 섞이면 해당 광물들은 수상 생태계에 더 강력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물이 주황빛으로 변하는 현상은 2018년 처음 관찰됐다. 당시 과학자들은 알래스카 북부 브룩스 레인지 일대의 강들이 수정같이 맑았던 이전의 빛깔과는 완전히 다른 옅은 오렌지색으로 변한 것을 발견했다. 그 후 1년 안에 코북 밸리 국립공원 내 아킬리크 강의 지류에서는 토종 어류 2종이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포울린 교수는 “조사 결과 강물이 주황색으로 변하면 먹이 사슬의 필수 토대인 강 바닥의 대형 무척추동물들과 생물막(biofilm)이 급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런 현상은 어류의 서식지를 바꿔놓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산화변색(rusting)은 보통 토양 가장 깊숙한 곳까지 녹는 7월과 8월 한여름에 일어나는 계절적인 현상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최근에는 알래스카, 캐나다, 러시아 등 극지방을 포함한 영구동토 지대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발견되면서 과학자들은 장기적인 영향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한 연구를 실시할 예정이다.
스콧 졸코스 우드월 기후연구센터 북극 연구자는 “이 지역은 지구 나머지 일대보다 온난화 속도가 최소 2∼3배는 빠른 곳”이라며 “이런 방식의 변화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
-
이원지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