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상장사들에게 최소 연 1회 공식적으로 주가 부양에 나설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 공시를 통해서다. 연구개발(R&D) 투자 증가율, 바이오의약품의 위탁생산능력(CAPA), 주주환원 수준 등 회사가 강점을 지닌 지표를 바탕으로 실현 가능한 목표를 공시해 시장과 소통하는 것이 핵심이다.
한국거래소는 이같은 내용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 및 해설서를 확정 발표했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은 정부가 연초부터 추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핵심이다.
예컨대 인공지능(AI) 신사업에 나선 IT회사라면 AI 기술 고도화를 위해 R&D 투자를 20%까지 확대하고, 비영업용 자산을 줄여 자본효율성을 2배 이상 높이겠다고 공시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향후 회사 주가를 장부가치 대비 크게 높이겠다는 목표를 수치화하면 된다. 금융지주회사라면 각 금융업권별 자회사의 자사주 매입을 통해 배당성향을 크게 높이겠다 등과 같은 목표를 설정할 수 있다.
예고 공시도 가능해진다. 공시를 준비 중인 기업도 투자자와 소통할 수 있도록 향후 공시 계획을 사전에 안내하는 형태로 공시할 수 있게 된다. 당장 오는 27일부터 가이드라인 시행과 함께 공시를 개시한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나 배당수익률 등 지표를 비교해 볼 수 있는 통합페이지도 신설했다. 우수 밸류업 공시 기업 대상으로 한 지수도 산출해 상장지수펀드(ETF) 등 연계 상품을 연내 선보일 예정이다.
다만 정부와 한국거래소는 밸류업 활성화를 위해 도입하겠다고 밝힌 세제 지원 방안 등 구체적 인센티는 제시하지 않았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기업에게 좀 더 밸류업 프로그램에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추가 인센티브도 더 검토하고 추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