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40광년 떨어진 물고기자리에 위치한 차가운 적색 왜성(red dwarf) '글리제 12(Gliese 12)' 주위에서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외계 행성이 발견됐다.
영국 왕립천문학회(RAS)는 24일(현지시간) 호주·영국·일본·미국 공동 연구팀이 40광년 밖의 적색왜성 글리제 12를 12.8일에 한 바퀴씩 도는 외계행성 '글리제 12b'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행성은 크기가 금성과 비슷하고 표면 온도는 42℃로 지금까지 확인된 외계행성 5000여 개 중 가장 낮아 생명체 존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해당 연구 결과는 영국 왕립천문학회 월보(MNRAS)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NASA와 유럽우주국(ESA) 위성의 데이터를 사용해 행성의 존재와 크기, 온도, 지구로부터의 거리와 같은 특성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 행성은 현재까지 발견된 외계행성 중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편이고, 중심별 앞을 통과하며(transiting), 온화한 지구급 행성으로 '외계 금성(exo-Venus)'이라고 할만하다며 앞으로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의 주요 관측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글리제 12b의 표면온도는 대기가 없다는 가정하에 추정한 것으로, 액체 상태 물과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환경인지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글리제 12b에 지구와 비슷한 대기가 있을 수도 있고, 온실 효과로 인해 400℃의 지옥이 된 금성처럼 대기가 없거나 태양계에서는 볼 수 없는 다른 대기가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향후 JWST 관측 등을 통해 글리제 12b의 대기 상태를 확인하면 행성 표면이 액체 상태 물과 생명체 존재에 적합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지 밝혀내는 것은 물론 지구와 금성이 현재와 같이 다르게 진화한 이유에 대한 단서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글리제 12b의 중심별 글리제 12는 크기가 태양의 약 27%에 불과하고 표면온도는 태양의 60% 수준인 약 3300℃로 추정된다.
하지만 중심별과 글리제 12b의 거리는 지구-태양 거리의 약 7%인 1050만㎞ 정도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글리제 12b는 중심별로부터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받는 에너지의 1.6배, 금성이 받는 에너지의 약 85%를 받는 것으로 추산된다.
연구팀은 글리제 12b가 받는 에너지의 양으로 볼 때 표면온도는 대기 조건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앞으로 대기 상태를 밝혀내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외계행성 글리제 12b가 특히 관심을 끄는 이유 중 하나는 중심별인 글리제 12가 우리은하에서 가장 흔한 별 중 하나인 차가운 적색 왜성이라는 점이다.
연구팀은 글리제 12 같은 차가운 적색 왜성 주위에 대기가 있고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온화한 행성이 존재할 수 있다며 향후 외계 생명체 탐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호주 서던 퀸즐랜드대 천체물리학센터 시시르 돌라키아 연구원은 “글리제 12b는 차가운 별을 도는 지구급 외계행성에 대기가 있을 수 있는지 연구할 수 있는 최적의 표적”이라며 “이는 우리은하 내 외계행성의 생명체 존재 가능성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계”라고 말했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