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이 안팎으로 도전에 직면했다. 전기차 수요 둔화 여파로 1분기 3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 목표했던 흑자전환 시기는 올해 하반기로 미뤄졌다. 후발주자로서 공격적으로 진행했던 투자는 그룹 전체에 재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SK그룹은 사업 재편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배터리 분리막을 생산하는 SKIET 지분 매각, SK온을 SK엔무브와 합병한 뒤 상장하는 방안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핵심은 그룹의 미래 먹거리인 배터리 사업을 담당하는 SK온 살리기다.
일각에서는 SK그룹의 배터리 사업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2011년 SK하이닉스 인수 당시와 오버랩된다. 당시 반도체 산업은 불황기를 지나고 있었고 내부에서조차 인수를 반대하는 의견이 많았다. 최태원 회장은 인수에 드라이브를 걸었고 결과적으로 하이닉스 인수는 '신의 한 수'로 평가받는다.
SK온에 필요한 것도 반전 스토리다. 우선 적자 탈출과 유동성 확보가 당면한 과제다. 배터리 재고 조정이 마무리되고 신차 출시로 수요가 되살아날 올해 하반기 흑자전환을 이뤄내야한다. 우호적인 시장 상황이 왔을때 기업공개(IPO) 타이밍을 놓치는 우를 또다시 범해서도 안 된다.
IPO에 성공하려면 SK온 스스로 시장에서 기업 가치를 인정받아야한다. SK이노베이션 전신인 유공은 1990년대 초반 전기차 배터리 개발에 성공했던 역사가 있다. NCM 811, 구반반(9½½)을 최초 양산하며 하이니켈 트렌드를 이끌고 현재 대세가 된 Z스태킹 공정을 선제 도입하는 등 저력은 충분하다.
내부 단속도 중요한 시점이다. 과잉 투자가 있다면 과감하게 매스를 대야한다. 글로벌 리스크와 거시 변수에 대해서도 보다 치밀한 대응이 필요해보인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다기보다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는 말이 있다. 우선은 살아남아야 다가올 전기차 전성시대에 과실을 얻을 수 있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