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기자동차 업체인 테슬라가 2170(지름 21㎜·높이 70㎜) 원통형 배터리 성능 개선에 착수했다. 전기차 주행거리 향상을 위한 소재 개편에 나서면서 국내 이차전지 소재 기업들이 기회를 잡은 것으로 파악됐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올 연말에 업그레이드된 2170 배터리를 선보이기 위해 협력사와 제품 출시를 논의 중이다. 전기차가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기)'에 놓였지만 성능과 품질이 우수한 차량에 대한 수요는 유효한 만큼 테슬라는 배터리 업그레이드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배터리 성능 개선은 곧 소재의 변화다. 특히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양극재와 음극재가 달라져야 한다. 양극재는 배터리 에너지 밀도를 좌우해 전기차 주행거리에 영향을 주고, 음극재는 충전 속도를 결정짓는 소재다.
테슬라는 신형 2170 배터리에 니켈 함량을 높인 양극재를 탑재할 것으로 파악됐다. 니켈 비중을 90%에서 95%로 올린 하이니켈 양극재를 적용할 계획이다.
이 양극재는 국내 엘앤에프가 공급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엘앤에프는 테슬라 협력사로 니켈 95%인 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NCMA) 양극재를 연말에 대량 생산할 예정이다. 엘앤에프는 최근 1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2170 배터리용 업그레이드 버전 양극재를 연말부터 양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엘앤에프의 양극재 신제품은 LG에너지솔루션이 생산하는 2170 배터리에 탑재, 테슬라에 공급되는 구조로 전해졌다.
신형 2170 배터리에서는 음극재도 달라진다. 테슬라는 신형 배터리에 한국산 실리콘 음극재를 적용할 계획으로 파악됐다.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2170 배터리에 중국산 소재를 적용했는데, 변화를 추진 중이다.
테슬라 공급망에 진입하는 국내 기업은 대주전자재료가 유력해 보인다. 국내 소재사 중 실리콘 음극재를 양산할 수 있는 업체는 현재 대주전자재료가 유일하다.
실리콘 음극재는 기존 흑연 기반 음극재보다 10배 많은 이론 용량을 갖춰 충전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대주전자재료는 실리콘 음극재 분야에서 선도적인 업체로, 포르쉐와 아우디 등이 대주전자재료 실리콘 음극재를 탑재했다. 회사는 실리콘 함량을 기존 5% 수준에서 8%까지 높이는 데 성공하는 등 기술력에서 두각을 나타내 테슬라가 주목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영향으로 탈(脫)중국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점도 배경으로 해석된다. 테슬라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협력사들에 중국과 대만 이외 지역에서 부품을 공급받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도 나온 바 있다.
2170 원통형 배터리는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가 가장 많이 사용 중인 배터리다. 테슬라는 새로운 규격인 4680(지름 46㎜·높이 80㎜) 차세대 배터리도 활용할 계획이지만, 본격적인 양산과 탑재는 아직이다.
국내 소재사들이 테슬라의 신형 2170 배터리 공급망에 선제 진입하면서 사업과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적기 납품으로 시장을 선점할 경우 물량 확대와 거래선 다변화 등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