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와 독일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 본토 타격' 허용 카드를 만지작거리자, 러시아가 “서방의 전쟁 직접 개입”이라며 발끈했다.
28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 등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독일에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후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에 보낸 프랑스 무기가 러시아 내부 기지를 타격하는 것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땅이 러시아로부터 공격받고 있다. 미사일이 발사되는 (러시아의) 군사 기지를 무력화해야 한다”면서 “다만 그들(우크라이나)이 (러시아의) 민간인 또는 다른 군사 목표물을 포함해 다른 곳을 타격하는 것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독일의 숄츠 총리 또한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을 되풀이하면서 “우크라이나가 미국을 포함한 무기를 공급한 국가들과 국제법이 제시한 조건을 존중하는 환경 하에서, 자국을 방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서방 국가들은 그간 지원한 무기를 우크라이나 내에서만 사용하도록 엄격한 정책을 고수해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전부터 동맹국들에게 사용 범위를 확대해줄 것을 거듭 요청해왔지만, 군사 지원 중심에 있는 미국이 이를 가로막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프랑스 등 일부 국가들에서 러시아 본토로 사용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확전 우려로 인해 사용범위 확대를 반대하던 미국까지 정책 변화 가능성을 시사해 이목이 집중됐다.
앤서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29일 몰도바 키시너우에서 마이아 산두 몰도바 대통령과 함께한 기자회견에서 “조건과 전장 상황, 러시아가 침략을 추구하는 방식이 바뀜에 따라 우리는 적응하고 조정해왔다”며 “우리는 모든 단계에서 필요에 따라 적응하고 조정해왔다. 앞으로도 정확히 그렇게 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본토 타격을 허용한다고 밝힌 것은 아니지만, 전황에 따라 요구를 수용할 수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이와 관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불편한 심기를 내보였다. 그는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본토 타격을 허용하는 것이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우크라이나가 장거리 무기로 러시아 영토를 공격하기 위해서는 서방의 위성, 정보 및 군사적 도움이 필요하다”며 “이는 서방이 전쟁이 직접 개입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푸틴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것”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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