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알뜰폰(MVNO) 번호이동 순증 규모가 1만명대로 급감했다. 2012년 알뜰폰 제도 도입 후 역대 최저치다. 반면 알뜰폰을 떠나 이동통신사(MNO)로 유입되는 가입자는 증가세다. 이통 3사의 5G 저가 요금제 출시와 전환지원금 정책 등이 겹치면서 알뜰폰 시장이 위축되는 양상이다.
3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5월 이통3사에서 알뜰폰으로 번호 이동한 가입자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2% 줄어든 7만3727명으로 집계됐다. 반대로 알뜰폰에서 이통사로 넘어간 가입자는 5만9276명이다. 이에 따른 알뜰폰 순증 가입자 수는 1만4451명으로, 전월(2만158명) 대비 28.3% 급감했다.
알뜰폰 가입자 순증이 2만명 아래로 떨어진 것은 시장 초창기였던 2012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올들어 1월 7만8060명, 2월 6만5245명, 3월 4만5371명으로 매달 순증 규모가 꾸준히 감소세다. 특히 번호이동 전환지원금 정책이 본격화된 4월부터 알뜰폰으로 유입되는 고객이 가파르게 줄고 있다.
알뜰폰 가입자 이탈은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달 알뜰폰에서 이통 3사로 번호이동한 고객은 전월대비 8.4% 늘어났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5월 알뜰폰 특수를 이끌었던 0원 요금제 대란이 사라지고 이통사가 온라인 전용 저가 요금제를 내놓으면서 상대적으로 알뜰폰 시장이 위축됐다”고 말했다.
실제 SK텔레콤은 올 초 2만7000원에 데이터 6GB를 주는 5G 다이렉트 요금제를 내놨고, KT 온라인 전용 요금제 요고의 경우 3만원에 5GB를 제공한다. LG유플러스는 최근 너겟 요금제 정규 상품 개편을 통해 5G 요금 하한선을 2만6000원까지 낮췄다.
알뜰폰 시장 위축이 지속되면서 연내 가입회선 1000만개 돌파 여부도 미지수다. 지난 3월 알뜰폰 휴대폰 가입회선은 916만개로 집계됐다. 지난해 6월 800만개 돌파 이후 9개월 만에 900만개를 넘어섰다. 이 추세라면 연내 1000만 돌파가 예상됐지만 올 2분기 들어 알뜰폰으로의 유입이 가파르게 줄면서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알뜰폰 업계는 5G 단말과 LTE 요금제 교차가입 수요를 겨냥한 무제한 요금제와 보이스피싱 안심 요금제, 프랜차이즈 카페 결합 요금제 등 이색 상품을 잇달아 내놓으며 고객 수요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편 전환지원금 지급에 따른 이통사간 번호이동 활성화 정책은 일정 부분 성과가 나타났다. 지난달 이통 3사간 번호이동 건수는 25만1443건으로, 전월 22만4393건 대비 12% 늘었다. 전환지원금 정책이 시행된 3월 21만5133건 이후 두 달 연속 증가세다. SKT와 KT가 최근 전환지원금 전산시스템 구축을 완료하면서 제도 활성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