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많은 반도체 기업, 이곳 활용 고대한다 '경주 양성자가속기'

경주시 소재 한국원자력연구원 양성자과학연구단. 이곳의 양성자가속기 시설을 지난달 30일 찾았다.

이곳의 양성자가속기는 이름처럼 양성자를 가속시키는 장치다. 수소 원자에서 전자를 떼 만든 양성자를 전기장으로 빛의 속도까지 가속시킨다.

이를 시료에 충돌시켜 다양한 결과를 내는데, 새로운 물질을 만들 수 있고 의료용 동위원소를 생산하는 것도 가능하다.

경주에 위치한 원자력연의 양성자가속기. 전체 길이가 75m에 달한다.
경주에 위치한 원자력연의 양성자가속기. 전체 길이가 75m에 달한다.

권혁중 원자력연 가속기개발연구부장의 안내로 들어선 시설 내부는 스산했다. “장치가 온도에 민감해 늘 낮은 온도를 유지한다”는 권 부장의 안내가 뒤따랐다. 권 부장은 이날 시설을 찾은 것이 '행운'이라고 했다. 그는 “정렬 작업 차 장치를 분해해, 일부 내부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방사선 차폐를 위한 2.5m 두께 벽을 지나 터널에서 선형으로 이뤄진 가속기를 접할 수 있었다. 폭과 높이가 5~6m는 족히 넘어 보이는 터널 공간에 멀리까지 원통형 가속기가 이어져 있었다. 그리고 수많은 선, 철제 구조물이 가속기에 연결돼 있었다.

규모에 놀란 기자에게 동행한 이재상 원자력연 양성자과학연구단장이 “터널은 100m, 가속기는 75m 규모”라고 귀띔했다.

정렬 작업을 위해 분해해놓은 가속관 일부. 중심의 작은 구멍을 양성자 빔이 통과한다.
정렬 작업을 위해 분해해놓은 가속관 일부. 중심의 작은 구멍을 양성자 빔이 통과한다.

공간 초입에는 분해된 가속기가 보였다. 내부에 이중으로 원형 관이 엿보였다. 관에는 아래·위, 양 옆으로 수많은 관이 뻗어있었다. 권 부장은 “중심의 작은 구멍으로 양성자 빔이 통과되며 가속한다”며 “다양한 외부 영향에 대응해 빔 파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이 가속기는 지난 2012년 세계 세 번째로, 국내 기술로 이룬 것으로 가속 에너지가 100메가전자볼트(MeV) 가속기다. 이 단장은 이것을 만들기까지 많은 연구진 노력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2030년을 목표로 200MeV 구현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업그레이드 후에는 특히 반도체 영역에서 더욱 다양한 활용이 가능해진다.

권혁중 원자력연 가속기개발연구부장이 양성자가속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권혁중 원자력연 가속기개발연구부장이 양성자가속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단장은 이미 다양한 반도체 기업이 이 시설을 이용한다고도 밝혔다. 반도체가 집적화됨에 따른 '소프트 에러'를 잡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워낙 시업 수요가 많아 하반기부터는 전일 가동하기로 했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이 단장은 “우주에서 지구로 오는 우주 방사선이 반도체에 닿으면 오류를 일으킬 수 있다”며 “초고집적화된 현재 반도체는 그 영향이 이전보다 더욱 막대하다”고 언급했다. 그 중 하나의 예로 거론되는 것이 '자동차 급발진'이라고 했다. 반도체 소프트 에러는 2009년 당시 토요타 자동차 급발진 사고 당시 원인 중 하나로 추론된 바 있다.

윤상필 박사가 우주방사선 평가서비스 장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윤상필 박사가 우주방사선 평가서비스 장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양성자가속기를 이용해 우주방사선의 반도체 영향을 가늠해보는 실험을 할 수 있다. 반도체 집적화가 이뤄질수록 그 중요성을 더하는 것이다.

실제 윤상필 박사 안내로 우주방사선 평가서비스 장치도 만나볼 수 있었다. 반도체 기판을 넣어 우주환경에 노출됐을 때 영향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윤 박사는 “언뜻 작아 보이지만 세계적으로도 이만한 크기를 찾기 어렵다”며 “많은 연구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큐브위성을 통째로 넣어서 검증하고 싶다는 의뢰도 있다”고 전했다.

경주=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