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이 서산 공장 증설에 본격 착수했다. 신축한 3공장을 채울 설비 발주를 시작했다. 핵심 고객사인 현대차 대응을 위한 준비다.
6일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서산 3공장에 들어갈 전극 공정 설비를 발주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극 공정은 배터리 양극과 음극을 만드는 것으로, 장비 생산부터 납품까지 기간(리드타임)이 통상 18개월로 길어 주요 설비 중 발주가 가장 먼저 이뤄진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는 전극-조립-활성화-팩 공정을 거쳐 만들어지는데, SK온이 전극 공정 주문을 낸 만큼 조만간 조립 공정 장비 입찰도 진행할 예정으로 알고 있다”며 “결과에 따라 협력사 선정과 장비 발주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산 3공장은 그동안 건물 공사가 진행됐다. SK온의 이번 장비 주문은 생산라인을 본격적으로 구축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SK온은 3공장 완성에 총 1조7535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내년 일부 가동을 시작해 오는 2028년까지 생산능력을 최대 14기가와트시(GWh)로 갖추는 게 목표다. 1·2공장(5GWh)보다 3배 가까이 큰 규모를 갖춰 전기차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SK온이 3공장 장비 발주를 시작하면서 투자 지연이나 사업 차질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잠식될 전망이다. 앞서 SK온은 지난해 11월 3공장 증설 공사를 일시 중단했다가 재개했다. 회사는 투자비 집행 과정상 이사회 의결을 거치기 위해 공사를 일시 중단했다고 밝혔지만, 전기차 시황 둔화를 감안해 증설 속도를 늦추려는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 바 있다.
오히려 3공장 투자로 현대자동차와의 협력이 주목된다. 이 곳에서 생산되는 배터리는 현대차에 공급될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가 울산에 구축하고 있는 전기차 전용 공장 완공 시점이 내년 말로 3공장 가동 일정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SK온은 아이오닉5, 제네시스 GV60·GV70, EV6 등 현대차그룹 주요 전기차에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다.
SK온과 현대차의 배터리 동맹은 미국에서도 두터워지고 있다. 양사는 미국 조지아주 바토우 카운티에 연간 35GWh 규모의 배터리 합작공장을 짓고 있다. 최근에는 조지아주 잭슨카운티에 있는 배터리 2공장의 포드 전용 라인을 현대차용으로 전환하는 작업에도 착수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수요 둔화에도 현대차는 전동화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이에 대응하기 위한 SK온 움직임도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