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가전을 하이얼로 쓰는 데 잔고장 없이 잘 쓰고 있어요.”
“몇 달 전에 하이센스 냉장고 샀는 데 너무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애국심 때문에 해외에서도 삼성전자·LG전자 제품을 구매하는 데 중국산 품질이 좋아져 시장점유율이 높아지는 것 같네요.”
한 아시아 지역 커뮤니티에 올라 온 한국 사용자들의 중국 가전 제품에 대한 평가다. 국내에서는 아직 쉽게 접하기 어려운 중국 생활가전 브랜드에 대한 후기도 대체로 긍정적이다.
중국 메이디 제품을 판매하는 쿠팡에서도 유사한 평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쿠팡에서 '베스트상품'으로 올라온 메이디의 4.5㎏ 용량 소형 의류건조기에는 659개 사용자 리뷰가 달렸다. 편리하다(79%), 성능에 비해 저렴하다(50%), 디자인이 만족스럽다(81%) 등 긍정적 평가가 많았다.
6인용 식기세척기에 대해서도 긍정적이다. 기대 이상으로 뛰어나다(70%)는 평가가 눈에 띄었다. '잘 안 닦인다'는 후기보다 '생각보다 설거지가 잘 된다'는 평가가 많았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우리나라 소비자의 중국 가전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 국내에선 중국 가전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은 제품은 올인원 로봇청소기다.
국내 올인원 로봇청소기 시장점유율 1위를 구가하는 로보락이 중국 브랜드인지 몰랐다는 사용자도 많다. 걸레를 부착하고, 빨고, 건조하는 과정이 불편해 사실상 집을 비웠을 때 물걸레 로봇청소기를 제대로 사용하기 어려웠던 사용자의 페인포인트를 파고든 혁신성에 국내 소비자가 매료됐다.
글로벌 1·2위 가전사 삼성전자·LG전자가 느끼는 위기감은 중국 올인원 로봇청소기 하나 때문이 아니다. '외산 가전 무덤'이라 불리는 한국에서 중국 가전 돌풍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온라인부터 파고든 중국 메이디 성과도 국내 기업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구체적 숫자를 언급할 수 없지만, 메이디는 국내 주요 온라인 채널에서 유통을 시작한 이후 내부적으로 흡족한 수준의 성과를 올리고 있다.
이제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 채널로 확장을 시도하는 것은 한국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마케팅을 펼쳐도 '미풍'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 때문이다.
국내에 TV 브랜드로 알려진 TCL과 하이센스가 백색가전으로 한국을 겨냥하려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4월 열린 밀라노 유로쿠치나와 현지 주방가구 매장에서 목격한 중국 가전은 더 이상 '조악하다'는 느낌을 찾기 어려웠다. 어느 국가 브랜드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외관에서 풍기는 이미지가 달라졌다. 일부 선두 브랜드들은 '미투 브랜드'라고 평가하기도 했지만, 현지 유통망에서 부쩍 성장한 중국 가전 위상을 체감할 수 있었다.
이제 국내 시장도 마냥 마음을 놓을 수 없게 됐다. 합리적 가격과 좋은 품질로 해묵은 선입견을 깨나간다면 소비자는 고가 제품군에도 선뜻 지갑을 연다.
이는 국내 기업이 가장 위기감을 느끼는 지점이기도 하다.
당장 위기는 국내 중견·중소 가전기업에서 시작됐다. 일반 소비자 대상은 물론 기본 성능에 충실하고 저렴한 가전 제품이 필요한 기업간거래(B2B) 시장에서도 중국 브랜드 성장세가 심상치 않다고 한다.
그동안의 성공 공식을 다시 점검해볼 때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