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때릴 수 있도록 허가하는 데 대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리도 같은 권리”라며 위협에 나섰다. 이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모스크바나 크렘린궁 공격에는 사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5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세계 주요 뉴스통신사 대표 기자회견에서 러시아 역시 서방 국가를 겨냥할 수 있는 곳에 러시아산 장거리 미사일을 배치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의 ATACMS(전술용 지대지 미사일), 영국과 프랑스의 미사일 시스템을 언급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더욱 강력한 무기로 러시아를 공격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서방을 전쟁으로 끌어들이는 중대한 확대”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이 나라(미국을 비롯한 서방)들이 러시아 연방을 상대로 전쟁에 개입하게 되면, 우리도 같은 방식으로 행동할 권리가 있다”며 “일반적으로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로 이어지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서방 국가를 겨냥할 장거리 미사일이 어디에 배치될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또한 “러시아가 결코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서방의 가정은 잘못된 것”이라며 “크렘린의 핵 독트린을 가볍게 여기지 말라”고 전술 핵 배치 가능성 역시 열어뒀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전장에 가져올 핵무기가 미국이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에 사용한 무기보다 훨씬 강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러시아의 유럽 침공에 대비하고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이하 '나토')를 향해서는 러시아가 나토를 공격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헛소리'라면서 비판했다.
그는 “우리에게서 제국주의적 야망을 찾을 필요가 없다”며 “러시아가 적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지 말라. 그것으로 스스로 해를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이 미사일 배치를 위협한 다음 날, 6일 바이든 대통령은 ABC 뉴스와 단독 인터뷰에서 “미국 무기가 모스크바(러시아 수도)나 크렘린을 공격하는 데에는 사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현재 미국산 무기가 러시아가 점령한 하르키우 인근 지역에서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 러시아의 수도나 정부 소재지를 표적으로 사용할 권한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우크라이나의 목표물을 공격하기 위해 국경 반대편에서 공격이 올 때, 국경 근처에서만 사용하도록 승인된 사항이라는 설명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영토 공격을 위해 우크라이나에 고정밀 무기를 공급하는 것은 이번 전쟁에 직접 참여하는 것”이라고 발언한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그(푸틴 대통령)를 40년 넘게 알고 있다. 그 또한 나를 40년 동안 견제하고 있다. 그는 괜찮은 사람이 아니다. 그는 '독재자'고, 공격을 통해 자신의 조국을 단결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면서 확전을 위한 무기 사용 승인이 아닌, 우크라이나군을 보호하려는 조치라고 강조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