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을 잘 타기보다, 그러한 결핍을 연기하며 감정적인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이번 '원더랜드' 정인 역시 그랬다” 배우 수지가 새로운 영화 '원더랜드' 속 정인으로의 캐릭터 호흡을 이같이 밝혔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영화 '원더랜드'(6월5일 개봉)에 출연한 배우 수지를 만났다. '원더랜드'(제작 영화사 봄)는 죽은 사람을 인공지능으로 복원하는 영상통화 서비스 원더랜드를 통해 소중한 사람과 다시 만나게 된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수지는 극 중 로맨스코드의 여주인공 정인 역으로 분했다. SNS 상에서 화제가 된 커플연기 콘텐츠를 비롯, 박보검과의 완벽한 감성비주얼 호흡은 시청자들의 영화적 호기심을 자극했다.
또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현실인간과 자신의 이상향들을 망라한 AI인간 등 두 태주(박보검 분)과의 복합적인 구도와 함께, 현실 인간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모습은 기존과는 또 다른 연기면모로서 눈길을 끌었다.
이러한 모습들은 인공지능 시대를 마주하는 대중에게 자연스러운 사고의 기회를 이끄는 동시에, 배우 수지로서의 꾸준하고도 분명한 성장세를 짐작케 하고 있다.
-개봉소감?
▲굉장히 행복했던 현장 기억과 함께 오랜시간 개봉을 기다려왔던 작품이라 특별했다. 지금 하면 더 잘할 듯한 아쉬움도 있었지만, 당시 제가 할 수 있었던 최선을 다시 한 번 돌아보면서 신선함을 느꼈다.
또한 영화 전체를 바라보며 제가 호흡하지 않았던 부분들에서 느껴지는 마음아픈 감정들이 새롭게 다가왔다.
-AI 태주와 현실 태주 양쪽을 대하는 정인 캐릭터의 호흡은 어떻게 갖고 갔나?
▲'인간 간의 소통이 더 어렵다'라는 감독님의 말을 이해하며, 내 감정의 결을 따르는 AI 태주와 자아가 있는 현실 태주의 사이에서 복잡한 감정들을 채워갔다.
평소 잘 사용하지 않는 영상통화 호흡을 익히기 위해 틈틈이 실제 영상통화를 하면서 연습하기도 하고,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정인 캐릭터의 인간적 공감지점은?
▲현실 태주의 복귀와 함께, AI 태주와의 관계를 고민없이 중단하는 장면은 인간 간의 관계와 그 사이의 기계문명을 이야기하는 지점이자, 정인의 인간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장면으로 공감했다.
-대표장면이라 할 듀엣신의 에피소드는?
▲촬영 전날 이야기를 전해듣고, 장면상 흐름과 연습시간을 생각하며 좀 당황했다. 하지만 막상 촬영하다보니 AI태주와 정인이 직접 만날 수 있는 처음이자 유일한 장면으로 묘한 감정이 들었다.
-상대역 박보검과의 호흡은 어땠나?
▲마주하기 전에는 1년에 한 번 백상예술대상 진행동료로 만나는 잘생기고 훈훈한 스타였지만, 직접 호흡하다보니 강하고 단단한, 여러 감정을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다.
-마음이 아팠던 부분은?
▲원더랜드 최종본을 봤을 때 태주-정인의 서사와 함께, 바이리(탕웨이 분)와 할머니, 해리(정유미 분)의 이야기에서 울컥하게 되더라.
AI 바이리를 진짜처럼 받아들이는 지아와 달리, 진짜 딸이 아니라고 단언하는 할머니의 모습과 함께, 담담하게 영상통화하듯 하면서도 혼자 남겨지는 해리의 모습이 은근 마음아팠다.
-김태용 감독과의 현장호흡은?
▲기본적인 대본을 두고 즉흥적으로 바뀌는 현장구조와 함께, 대본과 날 것을 오가는 정인 그대로의 모습이 나온 것 같다. 물론 부담도 됐지만 그만큼 재밌었다. 그런 것이 김태용 감독의 유연함이라 생각한다.
-'원더랜드' 서비스의 현실적인 생각은?
▲있으면 할 것 같다. 각자 슬픔을 견디는 시간이나 방식이 다른데, 이를 이용함으로써 좀 더 유연하게 견뎌낼 것 같다. 만약 반대로 저를 AI로 남긴다면 상대를 챙겨주는 마음이나 빠른 결정력 등은 남기고 싶다(웃음).
-대체적으로 외로운 부분이 있는 캐릭터를 택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의도적인지?
▲외로움을 잘 타는 성향은 아니지만, 그러한 결핍을 지닌 인물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들의 감정들을 표현하면서 캐릭터의 매력과 함께 감정적인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 같다.
이번 '원더랜드' 정인 역시 AI 태주와 현실 태주 사이에서의 혼란감과 복합적인 감정들이 특별하게 다가왔다.
-'더 시즌즈' 출연과 함께 가수로서의 복귀 가능성도 관심을 얻고 있다.
▲예정된 것은 없다. 촬영에 집중하다가 시기를 놓치기도 한다. 보검 오빠와 함께 출연한 이번 '더 시즌즈' 무대는 영화를 통해서 성사된 것으로, 혼성듀오 데뷔하는 듯 풋풋한 마음이 들었다.
-서른 살 수지, 배우로서의 생각은?
▲20대 후반까지는 기다려왔었는데, 막상 마주하니까 큰 차이는 없는 것 같다(웃음). 그 나이에 맞는 감정과 표현들로 다양하게 표현하고 싶다.
당장 걱정하기 보다는 먼저 할 수 있는 것들을 최선을 다해 해나가면서 걱정을 털어나가는 제 모습 그대로 해나갈 것이다.
박동선 기자 d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