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에 인수·합병(M&A)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장기화된 경기 침체, 인구 구조 변화 등으로 업황이 악화되면서 e커머스 플랫폼부터 오프라인 사업, 부동산까지 다양한 매물이 등장하고 있다. 한국 사업 확장을 도모하고 있는 알리익스프레스가 M&A 큰 손으로 나설 지 이목이 쏠린다.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시장에서는 기업공개(IPO)가 무산된 e커머스 플랫폼 매물이 올라와 있다. 지난해 IPO에 실패한 11번가가 대표적이다. 11번가는 최대주주였던 SK스퀘어가 콜옵션 행사를 포기하면서 재무적투자자(FI)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이 직접 매각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 FI는 자금 회수를 위해 최소 5000억원 이상의 매각 희망액을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그룹도 온라인 계열사 SSG닷컴 지분 30%를 인수할 투자자를 찾고 있다. 지난해 IPO 가능 요건과 총거래액 기준(5조1600억원) 달성에 실패하며 재무적투자자(FI) 지분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연말까지 신규 투자자를 구하지 못하면 이마트·신세계가 직접 지분을 매입해야 한다. FI 투자금을 고려했을 때 매각가는 1조원 이상으로 예상된다.
오프라인에서는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기업형슈퍼마켓(SSM) 사업 부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MBK파트너스가 투자금 회수를 위한 매각 작업에 고삐를 당기는 것으로 보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인수 이후 부동산을 꾸준히 매각하며 원금을 회수해왔다.
관건은 국내 시장에 잠재적 인수자가 존재 하느냐는 점이다. 이마트를 필두로 롯데쇼핑, GS리테일 등 전통 유통 기업들은 수익성 제고를 위해 몸집 줄이기에 한창이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을 거치며 대형 M&A를 수차례 단행했지만 대다수 사례가 실패로 끝난 점도 부담이다. 기존 FI가 투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는 만큼 사모펀드(PEF) 관심도 예전에 비해 차갑게 식은 모양새다.
결국 시선은 해외로 쏠리고 있다. 막대한 자본력을 갖춘 동시에 국내 시장 진출에 대한 수요가 있는 글로벌 자본이 등장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e커머스 플랫폼(C커머스) 대표 주자인 알리익스프레스의 인수설이 지속 제기되는 것도 이같은 배경에 있다.
실제로 e커머스 1세대 플랫폼인 티몬·위메프·인터파크쇼핑은 차례로 동남아 기반 e커머스 '큐텐'에 인수됐다. 한국 시장 진출 의지와 해외 자본력이 결합된 대표적인 사례다.
SSM 또한 물류 거점 역할을 하는 동시에 퀵커머스 기반의 온라인 채널까지 섭렵하고 있다. 물류 네트워크 확장을 원하는 알리익스프레스 수요와 맞닿아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알리익스프레스의 모기업 알리바바그룹은 에이블리에 약 1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추진하는 등 국내 시장 투자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탄탄한 자본력과 국내 시장에 대한 의지가 분명하다는 점에서 알리가 유력 인수 후보로 계속 언급되는 모양새”라며 “매력적인 매물이 잇달아 등장한 만큼 다양한 구상이 가능해졌다”라고 말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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