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등록금 때문에 학생과 가계에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정부는 2012년부터 대학의 등록금을 동결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대학생들의 학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등록금은 동결하면서 국가장학금을 확대하는 것이 정부의 일관된 고등교육 정책 가운데 하나다. OECD 국가 중에서도 최상위권에 속하는 우리의 높은 대학진학률이 지속되는 한 이러한 정부의 정책 기조는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동안 이러한 정책에 따라 대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은 줄어들었지만 반대로 대학의 재정난은 심화하고 있다. 이를 견디지 못한 4년제 대학 26곳이 올해 등록금을 인상했다. 금년의 학생 1인당 평균 대학 등록금은 682만원이다.
대학생이 신청할 수 있는 장학금 가운데 국가장학금은 소득연계형 국가장학금, 국가근로 및 취업연계 장학금, 기부장학금, 국가 우수 장학금 등이 있다. 올해 교육부의 맞춤형 국가장학금의 규모는 4조7205억원에 달한다.
국가근로 및 취업연계 장학금은 일명 희망사다리 장학금으로 부른다. 학업과 일, 봉사활동을 수행하거나 중소·중견기업 취업(창업) 또는 기업체 재직 유지를 전제로 지원받을 수 있는 장학금이다. 이 가운데 중소·중견기업 취업 및 창업을 희망하는 대학생을 지원하는 희망사다리 Ⅰ유형 장학금에 대해 국가장학금 운영의 취지를 살리기 위한 개선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희망사다리 Ⅰ유형 장학금은 최종 학력이 고졸이며, 고졸 후 2년 이상 근무 경력이 있는 재직자를 지원하는 희망사다리 Ⅱ유형 장학금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먼저 취업을 한 학생 즉, 선취업후학습자를 지원하는 것에 비해 대학생 누구나 지원 가능하다는 차이가 있다. 일반대 3학년 이상, 전문대 2학년 이상이면 신청이 가능하다.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은 졸업 후 중소기업 및 연매출액 5000억원 이하의 중견기업에 장학금 수혜 기간만큼 근무를 해야 한다. 지원 조건이 중소·중견기업에 취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중소·중견기업이 무엇인지, 이러한 장학금을 신청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이고 신청 불가능한 사람이 누구인지 비교적 자세히 국가장학금 공고에 제시하고 있다.
문제는 학생들이 취업하는 기업이 중소·중견기업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시점이 학생이 대학을 졸업한 후 취업하는 시점이라는 점이다. 희망사다리Ⅰ유형 장학금을 신청하는 학생 가운데 대학 입학시부터 중소·중견기업에 취업하기로 약정하고 기업과 대학이 함께 학생을 선발하는 조기취업형계약학과가 학사과정을 기준으로 전국에 8개 일반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들도 있다. 이들은 제도 운영상 희망사다리 장학금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입학하는 시점에서 취업을 해야 하는 기업이 중소·중견기업으로 제한된다. 만일 학생들이 입학할 시점에는 중소·중견기업이었다가 졸업하는 시점에 대기업이 될 경우 학생들은 의무근무를 해당 기업에서 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는 희망사다리Ⅰ유형 장학금이 원래 대학에 재학 중이다가 중소·중견기업으로 취업을 원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설계되었기 때문에 조기취업형계약학과 학생과 같이 입학 시점부터 취업을 전제로 한 학생에게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원 대상에 따라 기업의 규모에 대한 판단 시점을 달리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다.
국가장학금은 공정하고 투명하게 많은 학생이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교육정책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당초 정한 원칙만 고집한다면 조기취업형계약학과와 같이 기업이 경영을 잘해서 중소·중견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했음에도 학생들은 의무근무를 위해 자신이 대학 입학시부터 다니던 회사를 떠나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희망사다리 Ⅱ유형의 경우 고졸 취업자의 기업 조건이 대기업도 가능한 반면 Ⅰ유형은 중소·중견기업으로 제한하는 것도 이제는 재검토해야 한다. 국가를 먹여살릴 첨단 산업분야에는 대기업이 의뢰해 인재를 계약학과 형태로 양성하는 상황에서 고졸자는 대기업에 취업해도 국가장학금을 지급하고 대학생의 경우에는 중소·중견기업에만 취업해야 국가장학금을 지원받는 것이 과연 공정한 것인가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
대학생 맞춤형으로 다양한 국가장학금 제도를 운영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제도 운영에서도 좀 더 세밀한 관심과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현수 순천향대학교 교수 hskim5724@sch.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