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확장현실(XR) 사업화 시기를 당초 2025년에서 목표 시기없이 늦추기로 했다. 사업화를 위해 추진한 메타와 협업 프로젝트도 종료하고 관련 인력을 다른 부서로 재배치한다.
LG전자는 메타와 XR 사업 협력을 종료하기로 합의했다. 또, 올초 홈엔터테인먼트(HE)사업본부에 신설했던 XR사업담당 소속 인력도 연구개발(R&D)과 다른 사업본부에 재배치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LG전자가 XR 사업화 속도를 늦추기로 한 것은 당초 기대만큼 시장 확산이 빠르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XR 시장에서는 킬러 콘텐츠가 풍부하지 않고 높은 가격 대비 활용도가 떨어지는 단점에 대한 개선 목소리가 수년간 이어지고 있다. 장시간 착용 시 어지러움을 느끼는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최적의 디스플레이 기술도 아직 성숙되지 않았다.
이같은 난제가 지속되면서 지난해 글로벌 XR 헤드셋 출하량은 전년대비 19% 감소했다.
LG전자가 XR 사업 인력을 유지하지 않고 다른 영역으로 재배치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같은 시장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장, 로봇, 인공지능(AI), 기업간거래(B2B) 등 연구개발과 사업 확대에 힘을 싣는 과정에서 사업화 시점이 불투명한 조직을 그대로 운영하는 것이 부담이기 때문이다.
LG전자 내부는 인력 재배치가 이례적이라는 분위기다. 연구개발을 거쳐 사업조직까지 구성했다가 단기간에 해산하는 사례가 흔치 않은 것도 영향을 끼쳤다.
LG전자 관계자는 “XR사업담당 인력 재배치 방침을 최근 확정했다”며 “인력이 희망하는 부서와 근무지, 다른 부서의 추가 인력 수요를 감안해 한 달여 정도 이동 배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LG전자는 메타와 연구개발 협력은 지속한다. 양 사는 XR 헤드셋을 위한 기술개발을 비롯 거대언어모델(LLM) 기반의 온디바이스 인공지능(AI) 협업 등 시너지를 모색하고 있다.
앞서 2월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책임자(CEO)가 조주완 LG전자 CEO와 XR 기기를 포함한 다양한 기술 협업을 논의했다. 이후 XR 사업화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조됐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