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6세대(6G) 이동통신 핵심기술로 떠오른 오픈랜(개방형 무선접속망) 기술 주도를 위한 글로벌 협력을 강화한다. 국제 표준화 단체 회의를 국내 유치하고, 이와 연계해 글로벌 기술 동향과 대응 방안을 모색한다. 오픈랜 상용화를 위한 산업 생태계 활성화 논의에 속도를 낸다는 구상이다.
1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내 오픈랜 민관협의체 ORIA와 함께 인천에서 '오픈랜 심포지엄'을 열었다. 국내서 열린 오란(O-RAN) 얼라이언스 기술총회와 연계한 행사로 국내외 오픈랜 산·학·연 전문가가 총출동했다.
류탁기 ORIA 대표의장(SK텔레콤 인프라기술담당)은 개회사에서 “가상화·개방화 중심의 차세대 네트워크 패러다임 전환 속에 오픈랜이 글로벌 통신기술 주도권 확보 핵심기술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오픈랜은 서로 다른 제조사 기지국 장비를 상호 연동할 수 있는 기술이다. 가상화 기지국(vRAN), 인공지능(AI) 기반 지능화를 포함하는 네트워크 구축 방식으로, 공급망 다변화 정책에 따라 미국·영국·일본 등 주요국을 중심으로 상용화 경쟁이 가속하고 있다.
오픈랜 심포지엄은 이같은 기술패권 경쟁 속에 오픈랜 강국 도약을 위한 기업간 기술 협력과, 중소 제조사가 가진 오픈랜 기지국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한 정책 지원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다.
김동구 ORIA 운영위원장은 “오픈랜은 기존 이동통신 시장 주도권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게임체인저”라며 “우리나라도 6G 시대를 대비해 2~3년내에 본격적인 상용화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기조발표에서 전세계 무선망 시장에서 오픈랜이 차지하는 비중이 2023년 6%에서 2028년 25%로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9년 약 102억달러(약 14조원) 규모 시장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동우 삼성전자 기술솔루션그룹장은 “통신사가 오픈랜을 도입하면 하드웨어 제한에서 벗어나 유연한 네트워크 구성이 가능하며 자원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면서 “총소유비용(TCO)와 설비투자비용(CAPEX)뿐 아니라 트래픽 변동에 따른 리소스 효율화로 운영비용(OPEX)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NTT도코모와 라쿠텐모바일 등 오픈랜을 도입한 일본 이통사는 상업화 사례와 에너지 절감 성과 등을 공유했다. 미국 퀄컴과 윈드리버는 vRAN 기반 네트워크 장비 기술, 노키아는 글로벌 오픈랜 사업 현황을 소개하면서 한국 오픈랜 생태계 활성화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진 세션에서는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 정부가 추진 중인 오픈랜 핵심기술 연구개발(R&D) 사업과 실증 추진 현황, 오픈랜 국제공인시험소(K-OTIC) 운영 성과를 설명했다. 연세대학교는 5G-어드밴스드 vRAN 연구플랫폼 R&D 추진 계획을 소개했다.
국내 이통3사와 제조사도 오픈랜 사업 성과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SKT는 미래 유무선 통신 진화 전망과 텔코 에지AI 인프라 기술을, LG유플러스는 인빌딩 시스템과 야외용 AAU로 실증 대상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ORIA와 오란 얼라이언스 양측간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양 단체는 오픈랜 기술표준과 장비간 상호연동성 검증 등 오픈랜 활성화와 선순환 산업 생태계가 조기에 구축될 수 있도록 구심점 역할을 하기로 했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영상 축사를 통해 “정부도 글로벌 오픈랜 협력을 위한 가교 역할을 잘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