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을 구실로 기차 무임승차와 호텔 조식을 무전취식해 빈축을 산 유튜버가 유럽의회 의원으로 당선돼 논란이 일고 있다.
10일(현지 시각) 영국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지중해 섬나라 키프로스 출신의 유튜버 피디아스 파나이오투(24)가 유럽연합(EU) 입법기관인 유럽의회(MEP) 선거에서 키프로스 의석 6개 중 하나를 차지했다.
'피디아스'(Fidias)는 262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자칭 '장난 전문' 유튜버다.
그는 지난해 '무료로 일본 여행했다'는 제목의 영상을 올려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영상에서 그는 일본 고속철도인 신칸센에 탑승해 화장실에 숨어 요금을 회피했으며, 5성급 호텔 뷔페에서 식사하고 돈을 내지 않고 도망가기도 했다.
일본을 중심으로 영상이 확산되며 논란이 일자 피디아스는 “일본 국민들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면 사과드린다”며 사과문을 게시했다. 하지만 영상을 내리지 않는 모습이 일본인들의 분노가 커지자 결국 이튿날 영상을 삭제했다.
일본뿐만 아니라 인도에서도 지하철에 공짜로 탑승하는 등 범법 행위를 저지르고 이를 자랑스레 영상으로 올려 형사 소송에 휘말린 적도 있다.
지난해에는 엑스(X · 옛 트위터) 본사를 수차례 방문한 끝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게 포옹을 받는 모습으로 화제가 됐다.
피디아스는 지난 1월 MEP 의원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유세 당시 키프로스 방송에 운동화, 반바지, 양복 재킷을 입고 넥타이 3개를 맨 모습으로 출연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피디아스는 자신이 정치와 EU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으며, 평생 단 한번도 투표를 한 적이 없다고 말해왔지만,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으며 결국 MEP 의원이 됐다.
그가 당선되자 외신 반응은 엇갈렸다. 일부 매체는 “위기에 처한 키프로스 정치 체제의 상징”, “24살 유튜버가 키프로스 정치계를 뒤흔들고 있다”라고 지적했으며, 일부는 “부패하고 오만한 기성 권력을 징벌하기 위한 투표 자체가 정치적인 행위”라고 옹호하기도 했다.
지중해에 있는 섬나라 키프로스의 인구는 약 90만명이다. 키프로스의 이번 투표율은 59%로 지난 2019년(45%)에 비해 크게 올랐다. 일부 정치학자는 투표율의 증가가 피디아스와 관련 있다고 보면서 “피디아스 효과”라고 부르기도 했다.
피디아스는 이번 투표에서 득표율 19.4%를 기록했다. 6명의 의원 중 3위지만, 무소속 의원 중에서는 가장 높은 득표율이다. 출구조사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18~24세 연령층으로부터 40%로 가장 높은 표를 얻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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