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 서서 사람들의 표정을 무심코 지켜본 적이 있는가. 우리 주변에는 스스로 잘 드러내지 않지만 가슴에 묵직한 돌덩어리라도 달려있는 양 응어리를 안고 사는 사람이 많다. 한 지인은 10여년 전 산책 중 유기견을 발견했는데, 주인이 나타나지 않아 잠시만 돌봐야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오랜 세월 함께 해 오다가 1년 전 쯤 갑작스레 떠나보내고 말았다.
노견(老犬)이어서 어느 정도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평소 잘 먹고 잘 노는 것처럼 보였던 개가 갑자기 떠나니 정말 가족을 잃은 듯한 상실감을 느꼈다고 한다. 지금도 그 개가 생각날 때면 근무 중에도 잠시 사라져 눈물을 훔치다 돌아오는 그의 모습을 보며 반려동물을 떠나보내는 상실의 경험을 가진 사람이 정말 많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상실의 고통은 그 자체가 치유로 이어지는 과정의 일부가 될 때 의미가 있다. 하지만, 오랜 시간 그 고통의 정도가 완화되지 않거나 일에 집중할 수 없다면 심리상담이나 의료인의 도움을 받아보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근래에는 정보기술(IT)도 여러 측면에서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이들을 위한 위로가 될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먼저 추억을 회피하기보다 반려동물과 함께했던 순간을 담은 동영상, 사진 등을 담은 온라인 추모 사진첩을 통해 담담히 되새기며 함께 했던 행복한 순간을 상기해보는 것도 회복의 과정이 될 수 있겠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이 반려동물의 생전 모습을 담은 사진과 영상 데이터를 학습해 이를 기반으로 가상 반려동물을 생성하는 기술도 등장했다. 생전의 외모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 뿐만 아니라 평소 자주 하는 행동과 감정표현까지 재현한다고 하니 이러한 가상 반려동물과의 소통을 통해 슬픔을 덜 수 있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반려동물 데이터를 3차원으로 모델링하여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환경을 통해 직접 만나는 듯한 경험을 제공하는 기술도 발전하고 있다. 반려동물이 생전에 좋아했던 집안의 소파, 동네 공원을 배경으로 마치 재회하는 듯한 경험을 통해 위로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첨단 체세포복제 기술을 통해 반려동물을 복제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반려동물을 잃고 극도의 상실감에 빠지는 펫로스(Pet loss)현상을 벗어나려고 첨단 생명공학 기술의 힘을 빌리는 것이지만, 복제견 한 마리를 얻기 위해 다수의 난자 채취견과 대리모 역할을 할 개가 필요하다는 비판도 있다.
반려동물을 키울 때는 기록용으로 활용하고, 죽은 후에는 추모에 활용하는 애플리케이션(앱)도 많다. 반려동물 건강 기록, 입양 기록, 병원비 영수증, 사진, 동영상 등을 하나의 앱으로 관리하다가 만약 반려동물이 떠나게 되면 추억을 되살리는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다.
슬픔을 이타적 행위로 승화시키는 방법도 있다. 반려동물의 이름으로 유기동물 보호기관, 생태계 보호 자선단체 등에 온라인으로 기부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돌아가신 분의 유지를 받들어 장학재단을 만들 듯이, 오랜 시간 함께했던 반려동물에의 사랑을 자연과 생명에 대한 사랑으로 확장할 수 있다면 참으로 보람될 것 같다.
만남이 있다면 헤어짐이 있다는 '회자정리(會者定離)'의 이치가 반려동물과의 관계에서도 피할 수 없는 듯 하다. 한 통계에 의하면, 우리 나라에서 개, 고양이, 물고기, 햄스터 등 반려동물을 기르는 '반려가구'의 수가 무려 552만 가구나 된다고 한다. 수없이 많은 만남과 이별 속에서 우리가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는데 IT를 잘 활용하는 것도 쓸만한 방법이 될 것 같다.
김장현 성균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