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가 원 구성을 놓고 극한 대치를 이어가면서 '의원 연구단체' 구성에도 비상이 걸렸다. 여야 구분없이 초당적 공부 모임을 만들어 입법을 활성화하자는 취지지만, 되레 '자당 쏠림' '형식적 꿔주기' 현상만 심해지고 있다. 22대 국회가 시작부터 파행으로 치닫으면서 의원간 교류가 냉랭해진 탓이다.
13일 국회에 따르면 여야 의원들이 22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의원 연구단체 발족에 나섰다. 특히 첨단 산업이나 기술 부분에 대한 연구모임 결성이 활발하다.
의원 연구단체는 관련 분야 이해도를 높여 정책개발과 의원입법을 활성화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2개 이상 정당 의원 10인 이상으로 구성돼야 활동비를 지급받는다. 한 해 예산은 13억원 정도다. 이달말까지 신청접수를 받고 있다.
하지만 22대 국회는 이전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다른 당 의원 한 명만 꽂는 등 대부분 자당 의원 위주로만 구성하거나 그마저도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 사장 출신인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은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구조개혁 실천 포럼(지성포럼)'을 추진 중이다. 국내 주력 산업인 반도체, 인공지능(AI), 정보통신기술(ITC) 산업 등을 아우르는 연구모임이다. 최근 정회원 모집에 나섰으나 아직 최소 인원인 10명을 채우진 못했다.
고동진 의원실측은 “각 의원별로 3개씩만 가입할 수 있어 눈치를 보는 상황”이라며 “당 내부에서 조차 쉽지 않은 상황인데 야당 의원은 더 모시기 어려울 것 같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비례대표 출신인 김건·최보윤·최수진 의원 등은 '국회 AI와 우리의 미래'라는 이름의 연구단체를 결성했다. 각 비례대표의 전문성을 살려 AI가 다양한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세부적으로 살핀다는 계획이다. 이 연구단체는 이미 정회원 정족 수는 확보했다. 다만 회원 11명 중 1명만 야당 의원이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차세대 바이오 산업 관련 공부 모임을 만든다. 이 연구단체는 4선의 안 의원이 나서는 만큼 10명은 일찌감치 가입했으나 역시 야당 의원은 1명만 참여한다. 사실상 구색 맞추기란 지적이다.
민주당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강훈식 민주당 의원이 주도하는 초당적 스타트업 연구 모임 유니콘팜도 '찬바람'은 지난 국회에선 여야 의원들이 신산업 규제 철폐에 한목소리를 내며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대표적인 연구모임이다. 하지만 지난달 정회원 모집에 나섰으나 여당 의원 참여가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국회에서는 정회원 11명 중 김성원 공동대표를 비롯해 이용·정희용·황보승희 등 4명의 의원이 정회원으로 활동했다. 준회원으로도 여당 의원들이 다수 참여했다.
이처럼 여야간 교류가 확연히 줄어든데는 민주당의 선택지가 넓어진 것도 작용됐다. 민주당은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등 범 야권의 다른 당 의원들과도 손잡아 모임을 결성할 수 있다. 실제 출범을 앞둔 '미래를 여는 의회민주주의 포럼'은 민주당 의원 12명과 조국혁신당 의원 1명으로 구성됐다.
정치권 관계자는 “여야가 극명하게 대치하고 분위기여서 연구모임도 눈치보며 교류하지 않는 상황이 됐다”며 “여야 의원이 적절하게 섞이지 않게 되면서 일부 연구단체는 당초 취지에서 벗어나 차기 당권을 염두에 둔 이들의 세력화를 위한 사적 모임으로 전락화되는 경우도 보인다”고 말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