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출한 여름밤,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야식 중 하나는 역시 '치맥'입니다. '시원한 여름 숲'을 의미하는 하림은 대한민국 치킨 열풍의 한 축을 담당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닭고기 국내 생산 1위 업체' 하림그룹은 현재 곡물 유통과 해운·사료·축산·도축가공·식품가공·유통판매까지 7개 영역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는 종합식품기업으로 발돋움했습니다. 이번 칼럼은 하림이 가진 역사와 가치를 탐구해 보고자 합니다.
하림그룹의 시작은 1978년 전북 익산의 황등농장입니다. 당시 갓 20대가 된 김홍국 하림 회장은 축산의 불모지였던 국내의 양계 사업에 도전합니다. '식품의 최고 가치는 신선함에 있다'라는 식품 철학을 바탕으로 소자본으로 직접 축산업에 뛰어들어 큰 성장을 이뤘지만 곧 시련이 닥칩니다. 1982년 가축전염병으로 닭값이 크게 폭락한 것이죠.
이를 계기로 김홍국 회장은 큰 폭으로 요동치는 축산물의 가격 변동으로 인해 1차 산업에 대한 한계를 느끼게 됩니다. 그렇게 김 회장은 가공식품으로 눈을 돌리게 됩니다. 비교적 가격이 안정적이라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이때부터 김 회장은 농장(생산)·공장(가공)·시장(판매)을 아우르는 '삼장(三場)통합경영'에 대한 밑바탕을 그렸습니다. 생산부터 판매까지 전 가치사슬을 통합하거나 연계하면서 축산물 가격 변동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하는데 집중했습니다.
그렇게 하림그룹은 1986년, 하림식품을 설립하게 됩니다. 하림식품은 축산 분야 수직 계열화를 이뤄내면서 농가에서 생산된 육계 전량을 인수해 도계 가공처리 후 유통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은 닭고기 매출 증가에 변곡점이 된 중요한 해였습니다. 스포츠 시청과 함께 치킨 소비량이 크게 증가한 것입니다. 이를 계기로 1990년 하림식품은 하림기업으로 한 단계 성장합니다. 전북 익산 지역에 현대식 공장을 건설하고 치킨 프랜차이즈에 닭고기를 공급하며 빠르게 도약합니다.
이어 하림은 국내 최초로 축산물 품질인증 시대를 열고 포장육과 너겟 제품 등 육가공 식품을 생산했습니다. 더불어 무항생제 및 동물복지 브랜드인 자연실록과 신선함을 극대화한 브랜드인 프레쉬업 등 프리미엄 닭고기 시장을 개척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하림은 당시 저평가되던 닭고기 산업을 계열화 사업으로 안정화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냅니다. 그리고 85%에 달하는 자급률을 달성하며 축산업의 선두 그룹으로 떠올랐습니다.
이후 2001년 하림은 인수합병 등으로 하림그룹 출범과 함께 사료 생산 회사인 제일사료를 계열사로 편입시키며 국내 첫 펠렛 사료를 제조하고 공급하는 등 직접 양계장 등에 공급할 사료 산업에도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종합식품기업으로서 본격적인 발돋움을 시작합니다. 같은 해에는 NS홈쇼핑의 전신인 한국농수산방송을 인수하며 B2C 강화에도 나서게 됩니다.
하림은 좋은 먹거리를 생산하기 위해 필리핀, 베트남, 중국에 사료공장을 설립하며 사료 경쟁력을 확보하기 시작합니다. 2007년과 2008년 선진과 한강씨엠, 축산물 사육 가공사업부문의 팜스코를 인수합병하며 신규도계라인 증설은 물론 외식사업까지 확장하면서 육계뿐만 아니라 양돈에서도 입지를 굳히게 됩니다.
그렇게 2011년 하림은 세계 19위의 미국 닭고기 업체 앨런패밀리푸드까지 합병하면서 제일홀딩스, 하림홀딩스, 선진지주, 농수산홀딩스 4개 지주회사 체제를 설립했습니다.
하림은 이에 머무르지 않고 물류 산업에도 도전하게 됩니다. 핵심사업인 닭고기 등 축산을 비롯해 식품 가공업, 사료 부문 사업에 해상 물류 역량을 강화하려는 의지였습니다. 하림은 2015년 6월 해상화물운송업체인 팬오션을 인수합니다. 세계 1위 곡물 회사이자 해운업계 큰손인 '카길'이 하림의 롤모델이였던 셈입니다.
하림은 육가공 부분에서도 신제품을 출시하며 끊임없는 연구 개발과 소비자 니즈에 맞는 제품을 계속해서 선보이고 있습니다. '천연재료만을 가지고 최고의 맛을 만들자'는 하림의 식품 철학을 바탕으로 소스, 국, 탕, 찌개, HMR, 양념육 제품 등 사업의 영역을 다각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2021년 론칭한 '더미식 장인라면'은 김홍국 회장이 직접 연구 개발까지 참여해 꼬박 5년이라는 시간과 정성을 들여 완성한 제품입니다. 육수를 직접 농축한 액상 수프로 자연스러운 맛과 함께 기름에 튀기지 않고 열풍으로 균일하게 건조하는 하림만의 제트노즐 공법을 적용한 건면이 특징입니다. 더미식 장인라면은 업계에서 가장 높은 증감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올해 1분기에는 건면 시장 3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어린이를 위한 브랜드 '푸디버디'를 내놓으면서 간편하면서 건강한 음식을 선보이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푸디버디는 아토피가 있던 김 회장의 자녀에게 영감을 얻어 만든 브랜드로 '하림'이 가정을 위해 믿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를 만드는 회사가 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습니다. 푸디버디는 국산 재료를 바탕으로 MSG를 넣지 않고, 아이들이 즐겁게 먹을 수 있도록 아기자기한 캐릭터들을 사용합니다. 또 식사에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건더기의 크기를 한입 크기로 조절하거나 면의 두께를 조절해 마지막 한입까지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오늘날 하림은 '자연의 신선한 식재료로 만든 최고의 맛으로 식문화를 선도하겠다'는 사명을 바탕으로 양재동 물류센터 건립, 가정간편식(HMR) 라인업 확대, 펫푸드 사업 등을 통해 2030년 식품기업 세계 10위를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소도시의 작은 양계장에서 시작된 꿈이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습니다. 세계인의 식탁이 하림을 통해 자연과 한 걸음 더 가까워지고, 이를 통해 건강한 음식을 즐기는 이들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김종면 위고페어(위조상품 토탈플랫폼) 대표이사 · 변리사 jmk@wegofair.com
[ 필자 소개 ]IP 및 브랜드 보호 전문가로, 한국IBM 시스템엔지니어와 독일 IP분야 로펌인 Stolmar&Partner 한국변리사로 근무했다. 국내외 IP 전문 변리사 경험을 바탕으로 AI기반 위조상품 모니터링 및 차단 플랫폼 'Wegofair'를 개발, 위조상품 유통 방지에 힘쓰고 있다. 현재 플랫폼 운영사인 (주)위고페어 대표이사와 특허법인 아이엠의 파트너변리사를 겸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