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에서 2년 만에 다시 대형 금융사고가 터졌다. 지점 직원이 조작 서류를 이용해 기업대출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100억원 가량을 횡령한 혐의다. 경찰에 따르면 횡령은 지난해 7월부터 이뤄졌는데, 당시는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2022년 700억원대 횡령 범죄에 대한 대응책으로 내부통제 강화 방침과 방안을 대대적으로 알린 시점이다. 소위 '령이 안섰다'고 밖에 볼 수 없는 것이다.
은행권에서 대형 횡령·배임은 끊이지 않는다. 올해에만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우리은행에서 100억원 이상 대형 금융사고가 연달아 터졌다. 우리은행에 앞서 4월에는 국민은행이 111억원, 272억원 규모 업무상 배임 2건을 공시했고, 농협은행에선 3월 100억원대 부당대출 사고에 이어 지난 달에는 64억원 규모 부당대출 사고가 발생했다. 과거보다 발생빈도가 잦고 사고 규모도 커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은행들은 “내부통제 시스템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횡령이나 배임을 찾아낸 것”이라고 항변하지만, 그리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수십억~수백억원 규모 배임이 1년 가까이 이뤄지는 동안 손을 놓고 있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다음 달, 사고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지배구조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된다. 금융권은 임원과 대표이사 등 경영진 내부통제 관리의무를 구체적으로 담은 '책무구조도'를 의무 작성해야 한다. 특히 우선 적용 대상인 은행과 금융지주는 법 시행 후 6개월 이내인 내년 1월까지 책무구조도를 당국 제출해야 한다. 자산 5조원 미만의 금융투자업자·보험회사, 자산 5조원 이상 여신전문금융회사, 자산 7000억원 이상 상호저축은행은 2026년 7월까지 책무구조도를 마련해야 한다.
금융권은 책무구조도 도입을 내부통제 점검 계기로 삼아야 한다. 구호에 그칠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작동하는 검사 시스템을 구현하는 것이 중요한다. 규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사고를 막지 못한다면, '통제불능'임을 자인하는 셈이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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