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간 우주여행” 민간인도 '잠깐' 젊어졌다

사진=인스퍼레이션4
사진=인스퍼레이션4

최초의 민간 우주인 '인스퍼레이션 4' 탑승자들이 우주에서 머무는 동안 세포의 수명을 결정짓는 텔로미어의 길이가 잠시 길어졌다고 미국 뉴욕타임즈(NYT)·스페이스닷컴 등이 보도했다.

미국 우주업체 스페이스X의 민간인 탐사 임무 '인스퍼레이션 4'는 지난 2021년 9월 15일 플로리다주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발사됐다. 사흘 간 진행된 우주탐사 임무의 탑승자들은 모두 민간인. 전문 우주비행사가 없는 최초의 민간 우주탐사였다.

인스퍼레이션 4 탑승자들은 민간 '우주인'이라는 명칭처럼 우주 여행 외에 의학 연구에도 참여했다. 사흘 간 우주에 머물며 혈액, 타액, 소변, 대변 등 데이터를 미국 웨일 코넬 의과대학 중심으로 진행되는 국제 공동 프로젝트 '소마'(SOMA; Space Omics and Medical Atlas)에 제공하는 것이다.

소마 연구팀은 3일간 우주에서 머문 민간인 4명의 생체 데이터를 6개월~1년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머문 전문 우주비행사 64명의 데이터와 비교하고 해당 연구 결과를 11일(현지 시각) 국제학술지 네이처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게재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유전적 나이의 지표라고도 불리는 '텔로미어'의 길이다. 염색체 말단에 존재하는 텔로미어는 절대적이진 않지만 나이가 들수록 짧아지는 경향이 있는데, 앞선 연구를 통해 우주 환경에서 텔로미어가 길어지는 것이 확인됐다.

하지만 수개월 넘게 우주에 머물지 않아도 텔로미어가 길어진다는 것이 이번 연구에서 확인됐다. 민간 우주인 4명 모두에게서 텔로미어 연장이 확인된 것이다. 다만 이전 연구와 마찬가지로 지구로 귀환한 뒤 텔로미어 길이는 원래대로, 혹은 그 전보다 더 짧아졌다.

이는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딸보다 젊어진 우주비행사처럼 상대성 이론 때문이 아니다. 고산지대에 올라가면 신체가 위협을 느껴 잠깐 텔로미어가 길어지는 것처럼, 우주의 높은 방사선 환경에 노출된 몸이 보호 반응을 일으킨 것으로 추측된다.

논문의 주요 저자인 크리스 메이슨 교수는 “우리는 이것이 DNA의 '호르메시스'(Hormesis)라고 본다”며 “예를 들어 체육관에서 신체에 스트레스를 가하면, 근육이 아프지만 신체를 힘을 키워 반응하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민간 우주비행사들은 텔로미어의 연장 외에도 전문 우주비행사들과 같은 면역체계 변화를 빠르게 겪었다. 안 좋은 변화 역시 동일하게 겪었다는 뜻이다.

먼저 신장결석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우주 환경에서는 신장의 분자 변화로 신장 결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민간인들은 짧은 체류로 별다는 문제를 겪지 않았지만 장기 체류 시 문제가 될 수 있어 치료 방안을 마련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인지 반응 속도의 저하도 겪었다. 우주 비행사들은 아이패드로 화면속에 나타난 상자를 빠르게 누르는 등 여러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연구진은 반응 속도가 느리면(355밀리초 이상) 주의력 상실로 간주한다. 연구 결과 이들은 인지 능력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지구에서보다 현저히 느린 속도로 반응했다.

메이슨 교수는 “이번 연구는 지금까지 진행된 우주비행사 조사 중 가장 심층적인 조사”라며 “이 같은 연구를 통해 변화 사이의 연관성을 확인하고, 전체적인 퍼즐 조각을 볼 수 있게 됐다. 대응 목표를 더 쉽게 정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라고 의미를 전했다.

한편, 지구로 복귀한 후 민간 우주비행사들의 생체 데이터는 우주여행 전과 비슷하게 회복했다. 다만 여성의 회복이 더 빨랐다. 연구진은 “여성의 신체가 우주 비행의 스트레스를 견디는 데 더 적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