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의협)가 의대 증원 재논의를 포함한 3대 대정부 요구안을 휴진 보류 투표 전제조건으로 제시했지만 정부가 사실상 거부했다. 전국 의대 교수 파업을 앞두고 극적 타결 기대도 있었지만, 17일 서울대학교병원 교수들의 '무기한' 휴진을 시작으로 '의료대란'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의협은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의대 정원 증원안 재논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쟁점 사안 수정·보완 △전공의·의대생 관련 모든 행정명령과 처분을 즉각 소급 취소하고 사법 처리 위협 중단 등 3가지 대정부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의협은 “정부는 세 가지 요구에 대해 16일 23시까지 답해주기를 요청한다”면서 “요구가 받아들여지면 18일 전면 휴진 보류 여부를 17일 전 회원 투표를 통해 결정한다”고 밝혔다. 이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18일 전국적으로 집단 휴진을 진행하고 이후 무기한 휴진을 포함한 전면 투쟁에 들어간다”고 했다.
의협의 최후통첩에 정부는 사실상 요구안을 거부했다. 보건복지부는 의협이 불법적인 전면 휴진을 전제로 정부에게 정책 사항을 요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특히 의대 정원 재논의, 전공의 행정처분 무효화에 대해선 이미 수 차례 불가능하다고 밝힌 만큼 기존 입장에 변화도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의협의 요구안 전부를 거부하면서 조건 없는 집단휴진 중단을 요구함에 따라 의사 총파업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1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돌입한다. 비대위는 15일 20시 기준 4개 병원(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병원·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강남센터)에서 17~22일 사이 외래 휴진, 축소, 수술·시술·검사 일정 연기 조치한 교수는 전체 967명 중 529명(54.7%)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다만 중증·희소질환 환자는 물론 응급·분만 등 필수의료 분야 진료는 기존대로 진행할 예정이다.
18일부터는 의협 주도 총파업이 시작되는 가운데 연세대의대 교수들도 이날 집단 휴진에 참여한다. 27일부터는 무기한 휴진에 돌입한다. 가톨릭의대 교수 비대위도 가톨릭중앙의료원 산하 8개 병원이 18일 휴진에 돌입하며, 이번 주 중 무기한 휴진을 논의키로 했다. 성균관대 의대(삼성서울병원), 울산대 의대(서울아산병원) 등도 하루 휴진과 함께 무기한 진료거부도 논의를 시작했다.
전국 40개 의대 교수 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또 다른 19개 의대 교수 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까지 18일 전면 휴진 동참을 선언했다.
정부는 총파업에 대비해 17일부터 중증응급질환별 전국 단위 순환당직제를 실시한다. 암 환자 진료 공백 최소화를 위해 국립암센터 병상을 최대 가동하고, 진료 중 의료기관 정보를 실시간 제공하는 등 비상진료체계 강화에 총력을 기울인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복귀하는 전공의들에 대해서는 어떠한 불이익도 없을 것이지만, 헌법과 법률에 따른 조치를 아예 없던 일로 만들어달라는 요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의료계가 무리한 요구를 거두고 의료개혁에 동참하여 의료개혁 주체이자 브레인이 돼 주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