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개인적인 일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이혼 소송 항소심 판결 중 재산분할과 관련해서 명백한 오류가 발견됐고 이를 상고심을 통해 바로잡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최 회장은 17일 SK서린빌딩에서 열린 이혼 항소심 판결 현안 설명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달 30일 항소심 선고 후 18일 만이자, 최 회장이 직접 공식 석상에서 재판 관련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최 회장은 중요한 사안이고 본인이 직접 전달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판단해 이번 설명회에 참석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개인적인 일로 국민들께 심려를 끼친 점, 사과드린다”며 “직접 나와 사과를 드리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 이 자리에 섰다”고 밝히며 90도로 고개를 숙였다.
이어 “사법부에 판단은 존중돼야 한다”면서도 “재산분할과 관련해 명백한 오류가 발견됐다. 주식이 분할의 대상이 되는지, 얼마나 되야 하는지에 대한 전제에 속하는 치명적인 오류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또 “'SK의 성장이 불법적인 비자금을 통해 이뤄졌다', SK의 역사가 전부 부정당하고 '6공화국의 후광으로 사업을 키워왔다'는 판결 내용이 게재돼 있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저뿐만 아니라 그룹 구성원 모두의 명예와 긍지가 실추됐고 훼손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이를 바로잡고자 상고를 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부디 대법원의 현명한 판단이 있기를 바라고 이를 바라잡아주셨으면 하는 간곡한 바람이다”며 “앞으로 판결과 관계없이 맡은 바 소명인 경영활동을 충실히 잘 해서 국가 경제에 보탬이 되도록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전했다.
항소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인정될 경우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전망에 대해 최 회장은 “이것 말고도 수많은 고비 넘어왔다. 충분히 풀어나갈 역량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적대적 인수합병 등 위기로 발전되지 않고 예방을 해야하지만 그런 일이 생겨도 막을 역량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 회장 측 변호인 이동근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최 회장이 1994년 취득한 대한텔레콤(현 SK C&C) 주식의 가치 산정에 있어 항소심 재판부가 심각한 오류를 범했다”고 했다. 대한텔레콤은 SK의 모태가 되는 회사다.
항소심 재판부가 해당 오류에 근거해 SK 주식을 부부공동재산으로 판단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재산 분할 비율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재판부는 1994년부터 1998년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 별세까지와 이후부터 2009년 SK C&C 상장까지의 SK C&C 가치 증가분을 비교하면서 잘못된 결과치를 바탕으로 회사 성장에 대한 최종현 회장의 기여 부분을 12배로, 최 회장의 기여 부분을 355배로 판단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최종현 회장 시기 증가분이 125배고, 최 회장 시기 증가분은 35배에 그쳤다.
이 변호사는 “항소심 재판부는 잘못된 결과치에 근거해 최 회장이 승계상속한 부분을 과소 평가하면서 최 회장을 사실상 창업한 '자수성가형 사업가'로 단정했다”며 “이에 근거해 SK 지분을 분할 대상 재산으로 결정하고 분할 비율 산정 시에도 이를 고려했기에 치명적 오류를 정정한 후 결론을 다시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최 회장 측 상고장 제출 기한이 이번주 금요일까지다. 조만간 상고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조성우 기자 good_sw@etnews.com
항소심 선고 후 첫 공식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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