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스테이지엑스에게 주기로 했던 5세대(5G) 이동통신 28㎓ 대역 할당을 취소하면서 통신장비 업계도 타격을 받게 됐다. 기대했던 28㎓ 장비 매출처가 사라지면서 신규 수주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이번 사태로 중장기 주파수 공급계획(스펙트럼 플랜)마저 일정이 지연됨에 따라 네트워크 투자 수요 위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통신장비사들은 스테이지엑스와 진행 중이던 28㎓ 기지국 장비 공급 논의를 잠정 중단했다. 정부가 스테이지엑스에 대한 주파수 할당대상법인 선정 취소를 결정하며 사업 진행이 사실상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에릭슨, 노키아 등 주요 장비사는 스테이지엑스로부터 받은 28㎓ 기지국 관련 사전정보제공요청서(RFI)에 대한 회신을 마치고 입찰제안요청서(RFP)를 기다리던 상황이었다.
에릭슨엘지 고위 관계자는 “스테이지엑스가 요구한 28㎓ 대역과 앵커용 700㎒ 대역, 두 종류의 장비를 공급할 수 있다고 회신을 한 상태였다”면서 “기대감을 갖고 할당 이후 추가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사실상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당초 스테이지엑스는 28㎓ 기지국 6000대 의무 구축에 따라 1500억~1800억원을 투자할 것으로 기대됐던 상황이다.
중소 장비사도 기대가 물거품됐다. 스몰셀(소형기지국) 장비의 경우 커버리지가 협소한 28㎓ 대역 주파수 특성상 음영지역을 최소화하는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당분간 신규 수요를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28㎓ 지원 단말(라우터)·모듈 기술을 보유한 휴컴와이어리스 역시 이통 3사의 28㎓ 대역 반납 이후 새로운 공급처를 기대했지만 헛물만 켠 셈이 됐다.
백운혁 휴컴와이어리스 대표는 “스테이지엑스와 논의를 시작했었지만 없던 일이 됐다”면서 “국내 기업 중 28㎓를 풀스펙으로 지원하는 단말사는 우리밖에 없는데 우리마저 철수하면 결국 외산으로 대체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무엇보다 상반기 내 공개 예정이던 스펙트럼 플랜마저 하반기로 미뤄지며 통신장비사 입장에서 불확실성이 커졌다. 강도현 과기정통부 2차관은 스테이지엑스 주파수 할당 취소 관련 브리핑에서 “스펙트럼 플랜을 6월까지 발표하려 했지만 이번 사태로 조금 더 지연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신규 주파수 공급이 네트워크 투자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던 장비사들은 크게 우려하는 분위기다. 한 장비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제도 보완 후 28㎓ 대역 경매 계획을 밝히면서 일말의 기대감은 남아 있지만 중대역(미드밴드) 투자가 불투명해진 것이 가장 큰 타격”이라고 말했다.
이통 3사 모두 5G 트래픽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신규 투자를 꺼리는 상황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3.7㎓ 인접대역 20㎒폭 추가 할당을 원했던 SKT도 내부 기류가 바뀌었다. 인공지능(AI) 투자를 강화하며 주파수 대역폭 확대가 우선순위에서 밀린 상태다.
당초 KDB산업은행 미래전략연구소는 올해 국내 통신시장 설비투자 규모가 작년대비 3.7% 늘어난 6조1019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8.0% 줄어든 5조8825억원에 그쳤던 것을 감안하면 신규 주파수 투자에 따른 성장 전환 기대감이 반영됐다.
업계 관계자는 “28㎓를 비롯해 신규 주파수 할당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되살아날 것으로 기대했던 통신 설비투자 수요도 다시 침체기를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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