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2030에 허리급도 떠난다…흔들리는 조직에 '쇄신' 착수

사진=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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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을 떠나는 직원이 증가하고 있다. 2030 직원에 조직 내 핵심 인력들까지 민간 기업으로 이탈 조짐이 확산되자 감독당국도 전사적인 쇄신에 나섰다.

18일 공직자윤리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금감원 퇴직자 취업심사 신청건수는 27건으로 나타났다. 직급별로는 2급 직원의 퇴사 후 신청이 14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3급 8명, 4급 4명으로 뒤를 이었다. 같은 기간 임원급 취업심사는 1건이다.

감독당국 내 허리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2·3급 직원 이탈이 가속화되는 추세다. 2급 퇴사자 취업 신청은 2022년 14건에서 지난해 35건까지 급증했다. 올해는 반년도 안돼 2022년 총량에 달했다.

3급 퇴사자 취업심사는 2022년과 지난해 12건으로 동일했으나, 올해는 5개월 만에 8건을 기록하고 있다. 퇴사자들은 법무법인, 금융사 등 민간 기업으로 취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금감원 취업심사 신청 추이 (단위:건)
금감원 취업심사 신청 추이 (단위:건)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젊은 세대 직원이 금감원을 떠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지난 국회 홍성국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금감원 퇴직자 49명 중 20대 직원은 7명, 30대는 6명으로 나타났다. 전체 퇴사자 4명 중 1명은 MZ세대인 셈이다.

근속연수로 따져봐도 이 같은 경향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만 3년차 이하 퇴사자는 총 8명으로 직전년도(3명) 대비 두배 이상 늘었다. 2014년~2021년 기간 금감원에서 퇴사한 2030세대는 매년 3~4명에 불과했으나, 2022년(12명)부터 10명대를 기록하고 있다.

금감원 안팎에서는 직원 이탈이 많아진 이유로 민간 금융사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연봉과 과한 업무, 보수적인 조직문화 등을 꼽는다.

특히 연봉에 대한 불만이 큰 상태다. 금감원 경영정보공개에 따르면 지난해 금감원 정규직 직원 평균보수는 1억1000만원대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4대 금융지주 직원 평균연봉은 1억7000만원대로 차이가 크다.

최근 3년 금감원 직원 평균 연봉 증가율이 약 1.25%라는 점을 고려하면, 미래를 위해 민간 기업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잦다는 전언이다.

짐을 싸는 직원이 많아지면서 감독당국도 조직 쇄신에 착수한 상태다. 올해 금감원은 7년 만에 조직진단 컨설팅을 외부에 의뢰했다. 시대 변화를 반영해 △전략 △조직 △인사·문화 3개 부문에서 문제점을 진단하고 개선하겠다는 목표다.

한 금감원 직원은 “금감원 예산이 여러 정부부처를 거쳐 확정되는 만큼 단기간에 금전적인 개선은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 복지나 조직문화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며 “과거엔 명예나 자부심 등으로 조직생활을 이어갔다면, 요즘엔 현실적인 이유로 떠나는 직원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퇴직자, 직급별 취업심사 신청 추이 - (자료=공직자윤리위원회 자료 취합)
금융감독원 퇴직자, 직급별 취업심사 신청 추이 - (자료=공직자윤리위원회 자료 취합)

박진혁 기자 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