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스텔라(성간)로 나아간 최장수 우주탐사선 '보이저 1호'가 반년 만에 복구됐다.
미 항공우주국(NASA; 이하 '나사')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지구로부터 약 240억km 떨어진 곳에 있는 탐사선 보이저 1호가 지난 13일(현지 시각)부터 다시 데이터를 정상적으로 보내오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보이저 1호는 현재 우주에 나아간 우주선 가운데 가장 멀리, 가장 오래 운영된 우주선이다. 성간 공간 연구를 위해 지난 1977년 9월 발사돼 목성과 토성을 지나 지구에서 240억km 멀리까지 나아갔다. 쌍둥이 탐사선인 '보이저 2호' 역시 천왕성과 해왕성을 지나 200억km라는 먼 거리를 여행했다.
인류가 개발한 우주선 가운데 가장 먼 거리에 도달한 보이저 1호는 지난해 11월 14일부터 고장 조짐을 보였다. 0과 1로 구성된 이진코드가 아닌, 해석 불가능한 데이터를 지구로 보내오기 시작한 것이다. 인간으로 따지면 언어 능력을 상실한 격이다.
46년이라는 긴 세월 운영되긴 했지만 성간 공간을 비행한 유일한 우주선을 포기할 수 없었던 나사는 이를 복구하기 위해 240억km 멀리서 원격 수리에 나섰다.
그 결과, 보이저 1호에 탑재된 비행 데이터 서브시스템(FDS)이라는 컴퓨터 3대 중 1대에 문제가 생긴 것을 확인했다. 한 개의 메모리 칩이 고장 나 지구로 보낼 관측 데이터를 정리하는 작업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지구로부터 명령받아 데이터를 수집하는 작업은 모두 정상 작동했기 때문에 나사는 문제가 된 칩의 소프트웨어(SW) 코드를 다른 곳에 배치해 문제를 해결했다.
보이저 1호에는 총 4개의 과학 기기가 있다. 지난달 19일 본격 수리에 들어가면서 2개 장비가 즉시 정상 작동됐으며, 나머지 2개 장비까지 이번에 데이터를 보내기 시작하면서 7개월 만에 정상 임무에 돌입했다.
보이저 1호는 지난 2012년 태양계를 벗어나 성간 우주를 탐사하고 있다. 지구로부터 240억km 멀리 떨어진 공간에 있기 때문에 물리적 수리는 불가능하다. 200억km 거리에 있는 2호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보이저는 '방사성동위원소 열전발전기(RTG)'를 통해 자체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플루토늄의 열을 전기로 변환하는 일종의 '원자력 배터리'다. 이 배터리는 매년 점점 더 적은 전력을 생산하고 있고, 이제는 배터리가 거의 소모된 상황이다.
이 때문에 보이저 2호는 더 오랜 시간 운영하기 위해 2026년 5개 장비 중 하나를 꺼서 전력 소모를 줄일 예정이다. 보이저 1호도 5개 장비였으나 임무 초기 장비가 고장 나 4개만 운영하고 있다.
이렇게 운영해도 배터리의 수명이 다해가고 있어 나사는 이르면 내년, 늦어도 2030년 안에는 보이저 1호의 작동이 멈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