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년 만에 방북했다. '지각 대장'이라는 악명 답게 푸틴 대통령은 예정됐던 18일이 아닌 19일 새벽 북한에 도착했다.
예상보다 훨씬 늦은 도착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평양 순안 공항에 나와 푸틴 대통령을 영접했다.
이날 크렘린궁이 공개한 영상을 보면, 푸틴 대통령이 전용기(IL-96) 밖으로 나올 때까지 김 위원장이 '혼자' 기다리고 기다리고 있다. 이를 본 푸틴 대통령이 계단을 서둘러 내려왔고 서로 악수와 포옹을 나눈다. 러시아 매체 콤소몰스카야 프라브다는 김 위원장의 영접이 “최고의 신뢰 표시”라고 평가했다.
또한 영상에서 두 사람은 리무진 탑승을 두고 서로 먼저 타라며 양보하기도 했다. 두 사람이 탑승한 차량은 러시아산 고급 승용차 브랜드 '아우루스'(Aurus)의 차량. 바로 올해 초 푸틴 대통령이 대북제재를 무시하고 김 위원장에 선물한 차량과 같은 브랜드다.
인테르팍스 통신은 이날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탄 아우루스는 푸틴 대통령의 것이라고 전했다.
러시아 국영 리아 노보스티가 공개한 사진과 영상을 보면 두 정상을 태운 아우루스는 오토바이 수십대의 호위를 받으며 이동했다. 평양 곳곳은 러시아 국기와 푸틴 대통령의 초상화 등으로 꾸며졌으며, 공항 바로 앞에는 “북한과 러시아의 우호는 영원하다”는 문구가 적혀있다.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정상 회담하며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에 서명할 예정이다.
이번 일정으로 양측이 서로 어떤 것을 주고받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러시아 정권을 잘 아는 정치분석가 세르게이 마르코프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할 군수품과 병력을, 북한은 높은 기술력의 탄도 미사일과 기술적 지원 및 러시아 생산물을 원하는 것으로 봤다.
한편, 2006년부터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제1718호에 따라 사치품을 북한으로 직·간접 공급·판매·이전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올해 2월, 김 위원장에게 '개인적 용도'로 러시아산 자동차를 선물했다.
아우루스는 러시아 최초의 고급 자동차 브랜드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 의전 차량인 '캐딜락 원'에 대항하기 위해 아우루스에 전용 리무진 제작을 의뢰하기도 했다. 아우루스의 세나트 리무진, 세나트 세단, 아스널 밴 등이 러시아 대통령 전용 차량으로 사용되고 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이 주로 탑승하는 리무진은 차량 설계에 최소 124억 루블(약 2000억원)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져 화제였다. 각종 방탄 소재를 채택해 차량 무게도 7.2톤에 달한다.
지난해 9월 김 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했을 당시 푸틴 대통령은 회의장에 아우루스 차량을 타고 나타나 자국 차량을 소개하기도 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