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 최고 기온 52도에 달하는 불볕더위가 사우디아라비아를 달구면서 정기 성지순례(하지; hajj) 기간 동안 최소 55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18일(현지 시각) AFP 통신은 복수의 아랍 외교관을 인용해 이슬람 최고 성지 메카를 방문하는 정기 성지순례기간 동안 이집트인 323명, 요르단인 60명을 포함해 최소 550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이는 메카 인근에서 가장 큰 알무아셈 병원 영안실에서 집계한 수치다.
인파에 밀려 압사한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사망자 대부분이 온열 질환 때문에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AFP가 여러 국가들이 보고한 사망자수를 자체 집계한 결과 총 577명 성지 순례 중 숨졌다. 여기에 사우디 당국이 발표한 온열 질환자도 2000명 이상(지난 16일 기준)이다.
하지는 무슬림이 반드시 행해야 할 5대 의무 중 하나로 가장 성스러운 종교의식으로, 매년 이슬람력의 마지막달 7∼12일 치러진다.
매년 행사 기간이 달라지지만 올해는 6월 14일부터 19일로, 여름과 겹치면서 큰 피해를 낳았다. 지난해 6월 26일~7월 1일 열린 2023년 하지에서 240명이 사망한 것을 감안하면 올해는 두 배 이상 사망자가 나온 것이다.
기후 변화로 기온이 상승한 데다가, 공식적인 비자를 발급받지 않은 해외 순례자들까지 늘어나 피해가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발표한 사우디의 한 연구에 따르면, 메카 주변 지역은 10년 마다 섭씨 0.4도씩 기온이 상승하고 있다. 하지가 한창이었던 지난 17일에는 메카가 있는 그랜드 모스크 지역이 한 대 최고 기온 51.8도를 기록하기도 했다.
올해 행사에 참여한 순례객은 총 180만명으로, 이 중 160만명이 해외에서 왔다. 매년 수십만 명이 비자없이 메카를 방문하는 것으로 확인되는데, 이 경우 사우디 당국이 에어컨을 설치해 놓은 정식 하지 경로에 입장할 수가 없어 온열 질환의 위험이 크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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