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인공지능(AI) 붐을 타고 '세계에서 가장 가치있는 기업'이 됐다.
엔비디아는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시총 3조3350억달러(약 4600조원)를 기록, 마이크로소프트(MS)를 제치고 시총 1위 기업에 등극했다.
2년전 시총 10위에 진입했던 회사가 미국 주식시장 역사상 유례 없는 속도로 치고 올라왔다. 엔비디아 주가는 올해만 174% 상승했다.
1993년 설립된 엔비디아는 초기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을 공략했다. 당시 인텔이 중앙처리장치(CPU)를 앞세 반도체 시장을 주도했던 만큼, GPU라는 틈새 시장을 정조준했다. 지포스 등 자체 GPU를 앞세워 게임 PC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으며, 또 암호화폐가 급성장할 때는 채굴용으로 각광받았다.
엔비디아가 AI 시장의 중심에 선 건 2022년 말 챗GPT가 공개되면서부터다. 챗GPT와 같은 대규모 AI 모델을 연산하려면 고성능 반도체 칩이 필수. 3차원(3D) 그래픽 처리를 위해 성능과 속도를 끌어올린 엔비디아 GPU가 AI 반도체로 적합했던 것이다.
엔비디아는 현재 AI 반도체 시장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GPU 설계 구조를 기반으로 독자적인 AI 반도체 칩을 개발, 유수의 클라우드 및 데이터센터 기업에 공급하고 있다. 사실상 엔비디아 칩 없이는 AI 환경을 구축할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엔비디아는 단순 하드웨어(칩) 뿐 아니라 AI 모델을 구현하기 위한 소프트웨어(SW) 플랫폼 생태계까지 조성했다. 수많은 엔지니어들이 엔비디아 SW 쿠타를 통해 AI를 프로그래밍하고 있다. 쿠다는 엔비디아 GPU에서만 구동되는데, 이같은 독자 생태계 전략 역시 AI 시장 주도권을 쥐는데 한몫했다.
엔비디아의 성공에 자극 받은 인텔, AMD, 삼성전자 같은 반도체 회사들도 AI 시장 공략에 나섰다. 엔비디아 칩의 비싼 가격 탓에 AI 인프라 구축에 부담을 가진 고객사를 겨냥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 정보기술(IT) 기업들이 AI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AI 반도체 도입을 적극 추진하지만 한정된 예산 때문에 엔비디아 칩에 부담을 느끼는 건 사실”이라며 “후발주자들의 성능과 품질이 입증되면 대안을 찾아 움직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