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한 휴진' 카드 꺼낸 의협, 낮은 참여율·내부갈등 '이중고'

정부 '법인 해체' 초강경 모드에
전국 병·의원 휴진율 14.9% 그쳐
의협 추산 50%와는 집계 엇갈려
전공의 대표와 충돌 계속되고
무기한 휴진 독단적 주장 비판도

대한의사협회(의협)가 '무기한 휴진' 카드를 꺼내며 정부를 향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낮은 참여율과 내부 갈등까지 불거지며 투쟁 동력이 꺾이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법인 해체' 검토라는 초강수를 둔 정부는 집단 휴진을 강제한 혐의로 의협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하는 등 압박에 나섰다.

의료계가 18일 집단휴진을 강행한 가운데 18일 대한의사협회 주최 전국의사총궐기대회가 1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일대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이 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의료계가 18일 집단휴진을 강행한 가운데 18일 대한의사협회 주최 전국의사총궐기대회가 1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일대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이 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1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18일 업무개시명령에도 불구하고 휴진한 전국 병·의원은 총 5379곳으로 나타났다. 휴진율은 14.9%다.

의사 파업 직전 정부가 집계한 휴진 신고율(4.02%)과는 격차가 있다. 하지만 2020년 의대 증원에 반대해 파업에 나섰을 당시 초반 집단 휴진율이 32.6%인 것을 감안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정부가 의료법 위반에 따른 행정처분 적용 기준으로 삼은 휴진율 30%를 넘긴 지자체는 한곳도 없었다.

반면 의협은 자체 추산 의사들의 50%가 휴진했다고 밝혔다. 역대 최고 찬성률로 파업이 결의된 만큼 집단행동 참여 역시 역대 최대 규모라는 설명이다.

양측 집계가 엇갈리지만 이번 파업은 예상보다 집단행동 참여율이 높지 않다는 공통된 평가가 나온다. 정부가 파업 전 진료유지, 업무개시명령 등 행정조치를 내린 데다 '법인 해체'까지 거론하며 초강경 모드를 취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날 공정거래위원회는 서울 용산구 의협에 조사관을 보내 전날 있었던 '의료농단 저지 전국의사 총궐기대회'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공정위는 의협이 집단 휴진과 총궐기 대회를 주도하면서 구성 사업자의 진료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사업자단체 금지 행위'를 했다고 보고 현장 조사에 나선 것이다.

이런 가운데 파업을 주도한 의협 내부뿐 아니라 의사 단체 사이에서도 불협화음이 감지되며 균열 조짐이 나온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열린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자료: 연합뉴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열린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자료: 연합뉴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은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임현택 의협 회장에게 유감을 표했다. 의협은 대정부 투쟁을 이끌어가기 위해 출범할 범의료계대책위원회 공동 위원장을 제안했다는 보도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는 해명이다.

박 위원장은 “임 회장에게 여러모로 유감의 입장을 표한다”면서 “범의료계대책위원회 공동 위원장에 대해 들은 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범의료계대책위원회를 구성하더라도 전공의협의회가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표명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13일에도 박 위원장은 SNS를 통해 “임현택 회장은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죠? 뭘 자꾸 본인이 중심이라는 것인지”라며 공개 비난한 바 있다. 이에 임 회장도 한 온라인 단체 대화방에 “의협이 전공의 문제에 신경 끄고 손 뗄까요? 그거 바란다면 의협도 더 이상 개입하고 싶지 않습니다”고 맞받아치는 등 설전을 벌였다.

여기에 임 회장이 선언한 27일 무기한 휴진 역시 의협 내부 논의 없이 독단적으로 이뤄진 주장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이동욱 경기도의사회 회장은 입장문을 통해 “저를 포함한 16개 광역시도 회장들도 임현택 의협회장이 여의도 집회에서 무기한 휴진을 발표할 때 처음 들었다”면서 “회원들이 황당해하고 우려하는 건 임 회장 회무에서 의사 결정의 민주적 정당성과 절차적 적절성이 전혀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