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타임스(NYT)가 한국인의 우정 유지 비결로 '계모임'에 주목했다.
18일(현지시간) NYT는 '우정을 돈독하게 유지하는 한국인의 비결'이라는 기사를 통해 '계모임 문화'를 소개했다.
NYT는 “한국에서는 친구들이 휴가와 식사, 기타 사교 활동을 위해 저축하는 계모임을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소개했다. 이때 계모임을 소리나는 대로 'gyemoim'으로 표기했으며, '저축 그룹(saving group)'이라고 번역했다.
실제 계모임 사례도 소개했다.
전직 교사이자 주부인 김씨는 2014년 한 모임에서 만난 두 친구와 계모임을 만들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이들은 매달 1만5000원씩, 10년간 300만원 이상을 모았고 이 돈으로 지난해 가을 부산의 리조트로 여행을 다녀왔다. 세 친구는 각자 업무와 가족 일로 바빴지만, 계모임 덕에 가까운 사이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한다.
영어학원의 조교로 일하는 이씨도 고교 시절 친구들과 매달 5만원씩 내는 계모임을 한다. 이렇게 모은 돈으로 일 년에 몇 번씩 만나 고기를 먹거나 치맥 모임을 하는 데 사용한다고 한다.
이씨는 “처음에는 그냥 놀려고 모였는데 모두 일을 시작하면서 미래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됐다”며 “그래서 결혼식이나 장례식 등 인생의 중요한 행사를 할 때도 서로 지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NYT는 한국에서 계모임이 작동할 수 있는 이유로 한국 특유의 교류와 신뢰의 문화를 꼽았다.
NYT는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카페에서 가방, 노트북, 신용카드와 현금이 가득 든 지갑을 자리에 그대로 둔 채 화장실에 가도 된다”며 “돌아왔을 때 그 물건이 다 있을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전했다.
신은철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교수는 “한국만의 독특한 문화는 아니다”며 “금융시장이 없던 시절에 이런 관행이 처음 생겼다”고 했다. 이어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관행은 사람들의 우정을 돈독히 하고 공동체를 단결시키는 방법으로 발전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NYT은 “한국 사회에서 계모임을 잘 작동하게 해 주는 문화적 전통이 서구 문화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참여하는 사람들을 잘 알지 못한다면 (계모임과 같은) 공동 자금 운용은 (미국에선) 약간의 도박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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