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고질적인 식품위생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소변을 본 하수관에 떨어진 거위 내장을 주워 다시 사용하는 등 심각한 식재료 가공 실태에 이어, 이번에는 유명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나온 고객의 혀가 까맣게 물든 모습이 온라인을 달궜다.
19일 대완신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항저우에 사는 한 여성은 지난 13일 훠궈를 전문으로 하는 유명 식당 체인에서 식사를 하고 혀가 까맣게 변했다. 이는 같이 식사한 여성의 어머니도 마찬가지였다.
모녀는 검은색의 음식을 먹은 것도 아니었다. 그들이 훠궈에 추가한 재료는 감자, 콩나물, 돼지고기, 소시지 조림, 황소 개구리 등이었다.
이에 여성은 어머니와 함께 혀를 내밀고 사진을 찍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재했다.
그러자 같은 일을 겪었다는 신고가 잇따랐다. 혀가 새카맣게 물든 이들은 모두 식당 체인 '난훠궈'에서 식사를 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혀가 물든 이들 중 일부는 복통을 느꼈으며, 심한 경우 응급실에 실려 가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난훠궈 측은 운영 식당에 대한 긴급 조사에 착수했다. 처음에는 재료와 조리 용기 모두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지만,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일부 네티즌들은 '아질산나트륨(아질산염) 중독'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아질산염은 햄이나 소시지 등의 보존과 발색제로 쓰이는 식품 첨가제로, 입술이나 혀끝, 손톱이 검게 변하는 청색증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난훠궈 측은 추가 조사 끝에 식당에서 사용하는 냄비 문제라며 잘못을 시인했다. 깨끗이 세척하지 않은 새 솥에 음식을 조리하면서 표면에 남아있던 철분 등이 야채, 조미료와 화학적으로 반응해 요리가 검게 변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앞서 중국에서는 훠궈 식자재 공급업체의 비위생적인 관리 실태가 한 매체의 잠입 취재로 폭로되기도 했다.
중국 신경보(新京報)는 17일자 기사에서 취재진이 지난 4월 산둥성 빈저우시와 허난성 칭펑현 소재 식품 공장 두 곳을 예고 없이 방문, 오리와 거위 내장이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가공되고 있는 실태를 조명했다.
하루 오리 14만마리를 도축하는 빈저우 공장에서 노동자들은 하수관에 빠진 오리를 그냥 사용하는 가 하면, 내장이 보관된 바구니에 담배 꽁초를 버리기도 했다. 또한 칭펑현 공장에서는 고무장화를 신은 노당자들이 거위 내장을 밟아 배설물을 짜내고, 신선하게 보이기 위해 내장을 염색시켜 현지인들을 경악시켰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