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러시아가 군사협력 강화를 골자로 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하자, 우리 정부도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시작했다. 수출통제품을 234개 추가해 총 1402개 늘리는 한편,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도 재검토하기로 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살상 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했었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20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주재한 후 언론 브리핑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의 정부성명을 발표했다.
장 실장은 “어제 북한과 러시아가 조약을 체결해 상호 군사, 경제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데 대해 엄중한 우려를 표하며, 이를 규탄한다”고 말했다.
특히 “6.25 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먼저 침략 전쟁을 일으킨 전력이 있는 쌍방(북한-러시아)이 일어나지도 않을 국제사회 선제공격을 가정해 군사협력을 약속한다는 것은 국제사회의 책임과 규범을 저버린 당사자들의 궤변이요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또 “북한의 군사력 증강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어떠한 협력도 유엔 안보리 결의의 위반이며, 국제사회의 감시와 제재의 대상”이라며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대북제재 결의안을 주도한 러시아가 스스로 결의안을 어기고 북한을 지원함으로써 우리 안보에 위해를 가해 오는 것은 한-러 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어떠한 행위에 대해서도 국제사회와 함께 단호히 대처해 나갈 것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무력화하기 위한 한미 동맹의 확장억제력과 한미일 안보 협력 체계를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까지 검토키로 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문제는 여태껏 저희가 살상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방침이었는데, 그 방침을 재검토하겠다는 것이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지는 러시아 쪽도 차차 아는 게 흥미진진하지 않겠냐”고 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재검토와 관련해 살상무기를 준다, 안 준다는 말은 하지 않겠다. 무기 지원은 여러가지 옵션이 있고, 살상·비살상에 따라 다르게 분류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고 부연했다.
러시아에 대한 경제적 제재도 강화했다. 정부는 러시아와 북한 간 무기 운송과 유류 환적에 관여한 러시아와 북한 측은 물론, 제3국의 선박 4척과 기관 5곳, 개인 8명을 독자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시행되고 있는 러시아에 대한 수출통제와 관련해서 243개 신규 품목을 추가로 지정해 1402개 품목을 제재 대상으로 늘렸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