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리뷰는 영화 '하이재킹'의 스포일러를 포함할 수 있습니다.)
'여객기 납치미수' 실화를 바탕으로 위기 상황 속 인간본능과 70년대 국내 정서를 사실적으로 그려낸 영화가 찾아왔다.
21일 개봉한 영화 '하이재킹'(배급 키다리 스튜디오, 소니픽처스)은 1971년 속초발 김포행 대한항공 여객기 'F-27'를 대상으로 벌어진 '여객기 납북 미수 사건'을 모티브로 한 팩션영화다.
이 작품은 '1987', '백두산' 등의 조감독을 맡았던 김성한 감독의 첫 연출로 가다듬은 하정우·여진구·성동일·채수빈 등의 연기호흡과 함께 사건상황에 대한 경각심은 물론 당시 사회상을 더한 인간본연의 모습들을 조명한다.
실제 작품은 실화에 충실한 주요 배역의 고유표현과 함께, 여러 배우들의 연기호흡으로 펼쳐지는 극단적 상황 속 인간군상의 민낯을 만날 수 있다.
우선 주요 배역 측면에서는 각색과 함께 사건사실의 긴장감을 강조한 모습이 비친다. 2년 전 여객기 납북을 막다 강제전역당한 트라우마와 함께, 승객들을 향한 인간적 마음을 지닌 태인(하정우 분), 베테랑으로서의 실력과 임기응변, 어른으로서의 마음가짐을 품은 기장 규식(성동일 분), 승무원으로서의 사고대처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스튜어디스 옥순(채수빈 분) 등 각각 인물들의 모습은 이들의 역할을 맡은 배우들의 기본 이미지와 함께 보다 현실적인 느낌을 준다.
또 비행기 납치범 용대의 모습은 선역 중심의 캐릭터감을 보여왔던 여진구의 파격적인 변신과 함께 원 인물의 거친 느낌을 색다른 톤으로 보여준다. 앞선 조종사와 승무원 배역들의 배우와 마찬가지로 기존 이미지의 선입견과 맞물려 정서적인 측면이 좀 더 집중되는 듯한 모습도 있지만, 그러한 시선과 마찬가지로 사건자체와 인물들에 대한 현실적 몰입감을 높이는 바로서도 돋보인다.
기업 사장이나 할머니, 검사 모자, 신혼부부 등 단역배우들이 호흡한 승객 연기는 위기 속 인간적인 면모들을 비춘다.
특히 기내 납치범 제압이나 파손복구 등의 대응에 있어서 흔히 정석으로 생각하는 협동적인 모습뿐만이 아니라, 무모함이나 주저함 등 개인성향에 포인트를 둔 것이 돋보인다. 또한 극적인 생존의 기쁨을 만끽하는 모습은 인간적인 생존욕구를 보여주는 동시에, 이들의 생존을 돕기 위해 움직였던 승무원들의 결말에 비장미를 높이는 요소로서 보여진다.
이와 함께 팩션영화 답게 시대적인 고증에 집중하려한 모습도 돋보인다. 강제예편 전 태인이 조종하던 공군 F-5 전투기나 기본배경이 되는 F-27 여객기의 구조나 당시 로고 등 물체적인 요소들은 물론, 과거 고속버스 느낌으로 펼쳐지는 공항 내 분위기나 선착순 격으로 탑승하는 공항 등 이전 다큐물이나 교양예능 등에서도 언급된 사건 당시 분위기들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물론 작품의 한계점은 있다. 예상범위와 유사한 현장이미지로 흐르는 팩션영화로서의 사실집중이나 일부를 제외하고 배우들 고유의 캐릭터감이 고스란히 이어진다는 점에서 기시감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비행기 테러를 테마로 한 '비상선언'이나 비행기 추락위기 대응의 실화를 테마로 한 '허드슨강의 기적' 등 장르 내 비교군들로 관객들의 기준이 높아진 것도 한계점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배우나 캐릭터 고유의 모습을 더욱 강조함으로써, 당대의 현실과 사건을 왜곡없이 비추는 것은 물론 위기상황에서의 다양한 인간본능을 조명하는 작품으로서 의미가 있다.
영화 '하이재킹'은 12세 이상 관람가이며, 러닝타임은 100분이다.
박동선 기자 d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