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가 베트남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 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베트남 법인 1조원 투자 이후 약 2년 6개월여 만에 양산 돌입으로, 인공지능(AI)용 반도체 기판을 생산한다. 급성장이 예상되는 AI 반도체 기판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행보가 시작됐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최근 베트남 FC-BGA 공장에서 제품 생산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시생산을 마치고 초기 목표 수율을 확보, 본격 양산을 개시했다. 회사는 공장 가동률을 점진적으로 높이면서 생산량을 늘릴 계획으로 알려졌다.
FC-BGA는 칩과 메인보드를 연결하는 반도체용 고밀도 패키지 기판으로, 고성능컴퓨팅(HPC)용 반도체에 적용된다. 빅데이터와 머신러닝 등 AI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정보 처리 속도가 빠른 FC-BGA 시장도 크게 확대되고 있다.
삼성전기는 이같은 수요에 맞춰 FC-BGA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선 AI PC용 반도체 기판을 만들어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 공급한다. '온디바이스 AI' PC 확산에 따라 수요가 크게 증가한 기판이다. 서버나 클라우드에 연결하지 않고 기기 자체에서 AI 연산을 하는 온디바이스 AI는 최근 PC 제조사들의 공격적인 제품 출시로 성장세가 가파르다. AI 반도체 칩용 FC-BGA 수요를 견인하는 동력으로 주목받는다.
삼성전기는 베트남 공장의 AI 반도체용 기판 생산 범위를 점차 확대할 방침이다. 최근 ARM 기반 차세대 AI PC용 반도체 기판을 제조하는 데 이어, AI 서버와 네트워크용 기판도 생산할 것으로 보인다. AI 서버에 들어가는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용 FC-BGA는 특히 부가가치가 높아, 기판 업계 미래 먹거리로 손꼽힌다.
최근 반도체 업황도 FC-BGA 시장에 긍정적이다. 반도체 시장이 점진적으로 개선되면서 고성능 기판 시장도 활기를 되찾고 있다. 삼성전기가 베트남 공장 생산량 확대와 적용 제품 다각화에 성공하면, 실적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FC-BGA 시장은 일본 이비덴과 신코덴키, 대만 유니마이크론 등 의존도가 높은데, AI 반도체용 기판에서 삼성전기가 주도권을 확보할지 주목된다.
앞서 삼성전기는 2021년 12월 베트남 법인에 1조원 이상을 투자해 FC-BGA 생산 라인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저부가가치 제품인 경연성 인쇄회로기판(RF-PCB) 사업에서 철수하고, 베트남 공장에 FC-BGA 전환 투자를 결정했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지난 4월 “앞으로 PC, 스마트폰, 서버, 사물인터넷(IoT)이 전부 AI가 된다”며 “(삼성전기도) 그런 쪽으로 기판 공급을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