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00만 년 전, 지금의 미국 몬태나주에 서식했던 공룡의 이름이 '로키케라톱스'로 확정됐다.
미국 스미소니언 열대연구소는 조 세르티치 콜로라도 주립대학교 고생물학자와 미국과 캐나다 국경 인근에서 발견된 신종 공룡에 대해 공동 집필한 연구 논문을 오픈 액세스 저널 'PeerJ'에 게재하고, 이 공룡을 '로키케라톱스 랑기포르미스'(Lokiceratops rangiformis)로 명명했다고 밝혔다.
뿔이 달린 초식공룡 가운데 가장 유명한 '트리케라톱스'. 백악기 후기를 대표하는 이 공룡보다 1200만 년 앞선 사촌으로 추정되는 공룡이 지난 2019년 발견돼 이번에 이름 지어진 '로키케라톱스'다.
7800만년 전 미국 몬태나 지역에 서식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로키케라톱스는 지금까지 북미에서 발견된 공룡 가운데 가장 크고 화려한 뿔을 가졌다. 두 개의 뿔이 길게 뻗은 모습이 북유럽 신화 속 장난의 신인 '로키' 닮아 '로키케라톱스'로 이름 지어졌다.
신종 공룡은 앞쪽에 비대칭한 뿔 두 개 외에도, 뒤쪽에 넓은 뿔을 가졌다. 넓은 뿔의 끝에는 주름진 뿔과 함께 톱니 같은 작은 뿔들이 달려있다.
연구진은 이 화려한 뿔이 방어용이 아닌 장식용일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데이비드 노먼 교수는 “뿔이 더 크고 장식적일수록, 뿔의 주인이 잠재적으로 더 매력적으로 보일 것”이라며 “이 때문에 극락조처럼 극도로 화려하고 기괴한 특징으로 발달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두개골 등 약 75%의 뼈만 발견됐기 때문에 정확하지는 않지만, 몸 길이는 약 6.7m, 몸무게는 5톤(t)가량 나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로키케라톱스가 발견된 암석층에서는 앞서 다른 네 종(메두사케라톱스, 알베르타케라톱스, 웬디케라톱스, 분류 미상)의 뿔 공룡 화석이 발굴됐다. 이는 7800만년전 현재 북미 서부 대륙이 된 라라미디아(Laramidia)의 해안 늪과 평원에 서로 다른 종의 뿔 공룡들이 나란히 살았음을 시사한다.
이 뿔공룡들은 좁은 지역에서 빠르게 진화하면서 다양하고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줬지만, 1200만 년 후 트리케라톱스가 등장했을 무렵에는 단 두 종으로 좁아졌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 유타대 마크 로웬 교수는 “이 연구는 현재까지 가장 완전한 뿔 공룡의 가계도를 제시한다”며 “이는 뿔 공룡의 진화 및 가계도 내 다양성과 관계 등에 관한 우리의 연구가 수박 겉핥기에 불과했음을 알려준다”고 말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