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형 투자섹' 설립 고민할 때

[사설] '한국형 투자섹' 설립 고민할 때

대한상공회의소가 국회 입법 없이 경제활력을 높일 수 있는 정책 개선과제를 건의했다.

이번 건의 과제가 관심을 끄는 것은 국회 입법없이 이뤄질 수 잇는 것과 미래 투자에 방점을 뒀다는 점에서다.

먼저 국회 입법 없이 정부 정책만으로도 실행이 가능하다. 이른바 '여소야대' 정국으로 정부와 여당발 입법이 어렵다는 점을 짚고 정부가 당장 실행가능한 정책을 건의했다.

이런 판단은 22대 국회가 개원했지만 제대로 꾸리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여야는 이날도 국회의장 주재로 원내대표 회동을 가졌지만 구성에 합의하지 못했다. 여야간 상임위 구성을 놓고 입장차가 갈리면서 국회 입법이 요원함을 인지하고 절박한 재계의 요구를 담아 건의한 것이다.

또 다른 측면은 △미래성장 기반조성 △기후위기 대응 △자본시장 활성화 △규제 합리화 등 4대 부문에 걸쳐 61개 세부 과제가 미래 우리나라의 성장에 중요한 사안이란 점이다.

특히 상의가 제안한 한국형 테마섹은 AI·바이오·우주항공 등 단기간 개발이 어려운 고위험·고성장 미래전략기술 확보, 첨단산업 관련 생산시설 확충 과정에서 발생하는 민간 리스크를 분담하기 위해 국가가 중장기적 관점에서 인내자본으로 투자하는 국가투자지주회사다. 단기적 투자로 이익을 창출하고 성과를 내야하는 민간기업으로서는 어려운 영역을 국가투자로 성장시키자는 취지다. 싱가포르, 영국 등 해외 주요국은 이미 국가 주도로 첨단산업에 투자하고 있다.

싱가포르가 대표적이다. 1974년 설립한 싱가포르 투자섹은 정부가 100% 지분을 소유한 국영 투자회사로 운용 자산 규모만 2360억 달러에 이른다. 또한 지난 40여년간 연평균 15%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는 탁월한 위기관리 능력뿐만 아니라 장기·분산투자 원칙 고수 및 엄격한 내부통제시스템 구축 등 선진화된 운용 시스템 확보에도 심혈을 기울인 덕택이다.

상의는 투자거버넌스로 '국가미래투자위원회' 같은 기구를 설치해 기업투자와 관련한 규제개선, 세제지원, 보조금 지원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도 제안했다. 이를 통해 국가가 전략적으로 투자할 분야를 정하고 규제를 풀어 정치 상황에 얽매이지 않고 실행하자는 얘기다.

정부 역시 '여소야대' 정치상황에서 국회와 논의해서 정책을 챙기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번 상의 건의가 정부에 정확히 전달되고 반영돼 국가 미래 전략이 정치에 휘둘리지 않고 실행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