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최근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방위협정에 서명하며 관계를 다진 가운데, 북한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러시아에 7만 4000톤(t) 이상의 폭발물을 보냈다는 보도가 나왔다.
22일(현지 시각)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 비영리 싱크탱크인 선진국방연구센터(C4ADS)는 러시아 내부 교역 자료를 입수해 북한이 러시아에 보낸 군수품 유통 경로를 분석했다.
미 국무부는 북한이 지난해 9월부터 러시아에 1만 1000개 이상의 군수품 컨테이너를 공급했다고 추정했다.
이와 관련 C4ADS는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총 6개월간 7만 4000톤 이상의 폭발물이 러시아 극동 항구 2곳으로 들어와 우크라이나 국경과 가까운 서부 지역 16곳에 배포됐다고 전했다. 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전에서 사용하는 유형의 포탄으로 따지면 약 160만발에 해당하는 규모다.
자료에는 해당 물품들의 출처가 불분명했으나, 이 기간 러시아 선박이 북한과 러시아를 오고 간 증거가 발견됐다. WP와 C4ADS가 위성 사진과 해상 교통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러시아군과 연결된 러시아 국적 선박(레이디 R, 앙가라, 마리아, MAIA-1 등)이 북한 나진항에 정박한 뒤, 러시아의 보스토치니항과 두나이항에 정박했다. 대부분 도착 일주일 안에 여러 곳으로 운송됐다.
영국 싱크탱크인 왕립연합군연구소(RUSI)도 같은 패턴을 확인했다. 같은 기간 북한의 나진항과 러시아의 두 항구를 오간 27개 화물을 발견했다. 수천 개의 컨테이너가 이동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RUSI는 내용물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또한 C4ADS는 물품이 군수품으로 들어왔으나, 배포된 장소에서 '폭발물'로 표기됐다고 덧붙였다. 특히 운송 장소를 감안하면 탄약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운송 장소 16곳 가운데 12곳이 탄약 저장 시설 근처였다.
미국 싱크탱크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다라 매시콧 선임연구원은 자료상의 운송 장소 인근 시설은 포병, 로켓 저장고와 연계돼 있으며 일부는 포병과 장갑차용 탄약을 저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러시아 국방부 산하 미사일포병국(GRAU)은 러시아 군용 무기 조달을 감독하는 시설이기 때문에 포탄, 로켓, 미사일등 여러 탄약을 보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변화는 위성 이미지에서 두드러진다.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탄약고 근처에 컨테이너가 나타났다. C4ADS 소속 분석가 마고 가르시아는 “폭발물을 분리하는 데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컨테이너들이 대량으로 쌓인 모습은 폭발물이 군수품일 가능성이 있음을 나타낸다”면서 “또한 이 수송물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국경을 향해 서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은 러시아가 전장에 이 탄약을 사용할 의도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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